신한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 협상이 막바지에 들어가면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인수합병(M&A) 전략이 재조명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오버페이는 없다’는 M&A 원칙을 고수한 결과 수천억원의 ING생명 인수자금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1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다음주 임시 이사회를 열고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하는 안건을 승인할 예정이다. IB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이번 주말까지 매각 협상을 마무리하고, 다음주 중 ING인수를 공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신한금융의 ING생명 인수는 당초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내부적으로 생보사 인수 필요성을 인식한 신한금융은 ING생명에 대한 검토 끝에 올해 초 본격적으로 MBK파트너스와 인수 협상에 돌입했다.
신한금융은 협상을 통해 올해 2월 ING생명에 대한 예비 실사 자격까지 확보했다. 두달여 동안 예비실사가 진행됐으며, 이후 MBK파트너스와 본격적인 가격 협상이 진행됐다. 조 회장의 M&A 전략은 이 시점에서 빛난다.
기업 인수합병에 ‘오버페이는 없다’는 원칙을 강조해 온 조 회장은 MBK파트너스가 제안한 매각가격이 너무 높다는 판단에 따라 협상 중단을 결정한다. 취임 후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KB금융에게 내준 조 회장에게 리딩금융그룹 탈환의 발판이 될 ING생명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MBK파트너스가 제안한 가격이 그룹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할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목표와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의 매각가격을 2조원 중후반대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상 중단 결정은 MBK파트너스와의 협상 주도권이 신한금융으로 넘어오는 신의 한수로 작용했다. 협상 중단 3개월 만에 MBK파트너스가 더 낮은 매각가격을 제시하며 재협상을 제안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신한금융은 자본확충을 통해 M&A 실탄을 꾸준히 축적했다.
재개된 협상에서 ING생명의 매각가격은 시가인 주당 4만원 초반에 경영권 프리미엄 15%를 붙여 2조2800억~2조2900억원 수준에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MBK파트너스가 제안한 2조원 후반대에서 수천억원이 내려간 가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포기한 상황에서 신한금융의 인수협상 중단은 MBK파트너스를 조급하게 만들었다”며 “결국 인수협상 중단 결정이 ING생명의 매각가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하면 업계 1위인 KB금융과 순익 격차가 거의 사라진다.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1조7960억 원으로 KB금융의 1조9150억원에 못 미쳤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1836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 ING생명 인수를 통해 KB금융과 동등한 출반선에서 경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통해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하기까지는 ING생명의 화학적 결합이나 추후 잔여지분 매입 문제 등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