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복지의료공단 무기계약직 1013명이 정규직이 됐다.
공단은 지난 1일부로 무기계약직 1013명을 정규직으로 인사발령시켰다. 이번에 정규직이 된 노동자 중에는 전국 5개 보훈병원 소속 간호사 161명, 의료기사 141명, 기술직 3명, 일반기능직 96명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런 ‘행운’은 보훈복지의료공단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게만 국한된다. 같은 조직에서 같은 업무를 맡고 있지만 ‘신분’이 달라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대다수 병원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이번 정규직 전환 소식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희망일까, 희망고문일까.
◇ 하늘만큼 땅만큼 다른 계약직, 정규직
A씨는 병원에서 일한다. 그는 계약직 사원(기간제 노동자)이다. 병원에 취업하려는 사람은 많고 TO는 적다보니 그는 늘 계약직 신세다.
병원 정규직과 계약직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여러 차별적인 대우를 감내해야 한다. 직급대우수당과 승진은 물론, 명절 선물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이런 ‘차이’는 낮은 근무의욕과 자존감, 업무 만족도로 치환된다. 일에서 얻는 보람보다 생존이 우선되는 환경이다.
계약직이란 ‘낙인’은 조직 내 위화감과 이질감을 만들어냈다. 정규직원은 정규직원끼리, 계약직은 계약직끼리만 어울린다. 신분을 넘어선 관계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이러한 인위적인 평행선은 낮은 협업도와 기대할 수 없는 팀워크라는 조직 분위기를 낳는다.
그렇다고 계약직도 다 같은 계약직이 아니다. 계약직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이 되길 바란다. 무기계약직 전환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가장 큰 이유는 계약 해지라는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것만은 아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직에서 좀 더 존중받고 싶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은 사표를 내기 전까지 계약직 신분을 ‘보장’받을 뿐이다. 일은 더욱 늘어나지만, 월급은 정규직보다 낮다.
무기계약직이란 자리는 ‘꼼수’가 숨겨져 있다.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조직은 ‘승진’을 운운한다. 그렇게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노동자 사이에는 또 다른 차별이 생겨난다.
그런가하면 무기계약직은 놔두고 기간제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역차별’이 발생하게 된다. 계약직을 둘로 쪼개놓은 이 비상식적인 노동 형태는 특히 병원, 그 중에서도 공공병원에서 비일비재하다.
◇ ‘TO 승인’이란 걸림돌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주52시간 상한제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 등이다. 공공병원은 이런 정책 기조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을까? 최대 걸림돌은 ‘TO 승인’이다.
가령,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정부의 TO 불승인으로 28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노사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병원 측은 정부의 TO 통제를 근거로 노조의 인력확충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보건의료노조)은 “정책 수행에는 인력확충이 뒤따르며, 인력확충이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TO불승인으로 인력확충을 가로막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정부는 공공병원의 TO 승인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전향적인 개선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건의료노조는 공공병원 무기계약직 전면 실태조사와 TO 승인을 위한 전향적 조치 등을 요구했다. 관련해 노조는 “공공병원의 무기계약직 남발이 민간병원의 무기계약직 확산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의 모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