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의 특정부분을 잘라내 면역치료나 난치병 등을 고치는데 쓰일 수 있는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 일명 ‘유전자 가위’ 특허기술을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 ‘툴젠’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에 회사의 주가는 급락했다.
앞서 10일 한겨레21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을 통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정부의 연구지원금이 유전자가위 핵심논문 연구에 사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김진수 前 서울대학교 화학과 교수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전 교수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구재단으로부터 ‘창의연구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9억3600만원을 지원받았고,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유전체 재배열’이라는 연구를 수행했다.
문제는 이 사업의 성과 중 하나로 2013년 3월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 ‘네이버 바이오테크놀로지’에 ‘Targeted genome engineering in human cells with the Cas9 RNA-guided endonuclease’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하며 연구재단의 지원이 논문작성에 70%가량 기여했다고 보고했다는 점이다.
한겨레21은 “2013년 3월 발표된 논문은 김 전 교수팀이 크리스퍼 기술과 관련해 처음 발표한 논문이며 김 전 교수의 대표논문”이라며 논문과 특허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복수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2013년 논문과 툴젠 핵심특허(61/717.324)는 같은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전 교수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 지원의 결과로 크리스퍼 기술을 개발했으면서도,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직무발명신고를 할 때는 이를 누락시켰다. 대신 과거 3000만원에 불과한 툴젠의 연구비로 100% 크리스퍼 기술을 개발했다고 적었다”고 의혹은 확신했다.
또 “결과적으로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툴젠이 투입했다고 주장한 총 연구비 3000만원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지분만 가지게 됐고, 툴젠은 크리스퍼 핵심특허를 다른 3개 특허와 묶어 1852만5천원이라는 헐값에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사들였다”고 꼬집었다.
한편, 일련의 의혹제기와 서울대학교가 9일 김 前 교수의 특허 가로채기 문제와 관련한 내부감사를 공식 착수한다는 발표가 있은 후 툴젠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증권가에 따르면 전일 12만5400원에 거래 마감된 툴젠의 주가는 10일 현재 매도세가 몰리며 약 14.99%, 금액으로는 1만8800원이 하락한 10만6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