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감독에 대한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의 퇴직간부들이 지난 10년간 106명이나 취업제한기관인 금융회사에 재취업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렇게 금융회사에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간부들은 전관예우와 바람막이로서 엄격한 감독의 시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 동안 106명의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취업제한기관인 금융권 등에 재취업했다고 13일 밝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인 금감원 간부가 퇴직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은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재취업을 목적으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의 부정한 유착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금융회사에 취업한 후 금감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고용진 의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퇴직간부 106명 중 65명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취업했고, 금융유관기관 취업자(12명)까지 합하면 73%가 금융권에 재취업했다. 이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제도가 금감원 퇴직간부들에게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지적을 불러오는 부분이다.
고용진 의원실은 이러한 원인이 취업심사에서 ‘업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금감원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퇴직간부들이 취업심사를 받기 위해서, 소속 기관에 취업예정 30일 전까지 취업제한여부 확인요청을 하면, 해당 기관장은 직무관련성을 판단한 ‘취업제한여부 확인요청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송부한다. 소속 기관장이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의견서를 보내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대부분 취업가능 결정을 내리는 추세다.
예를 들어,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09~10년에 11명의 금감원 고위공무원들이 집중적으로 재취업 했다. 그런데 당시 금감원이 작성한 퇴직간부들에 대한 의견서를 보면, 대부분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111명의 퇴직간부들이 소속 기관인 금감원에 검토의견서를 요청했고, 금감원은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전부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적시했다.
2009년 8월 퇴직한 박모 부국장은 푸른상호저축은행 상근감사로 재취업을 시도했다. 퇴직 전 비은행검사국 상호저축은행팀장으로 저축은행 상시감사 및 검사 업무를 총괄했다. 그런데 금감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 업무는 비은행검사국이 아니라 비은행감독국에서 수행한다는 이유로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박모 부국장은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취업제한 결정이 내려졌다. 결국 그 자리는 다음 달에 퇴직한, 은행검사국과 비은행검사국 등에서 검사업무를 담당한 정모 부국장에게 돌아갔다. 이런 식으로 2009년에만 고려상호, 솔로몬상호, HK상호, 푸른상호, 모아 등 5개 저축은행에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재취업했다.
세월호 사태 이후에도 이런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6년에만 20명의 금감원 간부들이 취업심사를 통과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2016년 12월 신모 부국장은 대부업체 리드코프에 준법관리실장으로 재취업했다. 퇴직 전 서민금융지원국에서 대출사기, 유사수신행위, 미등록 대부행위 모니터링 업무를 담당했음에도 금감원이 대부업체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해당 부서가 대부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고용진 의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 금감원 고위간부들이 집중적으로 저축은행에 재취업했다” 면서, “당시 저축은행들이 부실을 은폐하고 금감원 검사를 막기 위해 고위간부들을 집중적으로 모셔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공정해야 할 금감원이 가장 불공정한 취업을 하고 있다” 면서 “금감원 간부들이 고액연봉의 일자리를 대가로 전관예우와 바람막이로 뒤를 봐주면 엄격한 관리감독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 의원은 “금감원 퇴직간부의 금융회사 재취업 관행을 해소하지 않으면 저축은행 사태와 은행권 채용비리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