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첫 날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이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을 가리지 않고 사실상 모두 중단됐다. 금융위원회가 행정지도를 통해 대출규제 시행에 들어갔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부재로 은행의 여신심사가 멈춰선 영향이다.
금융위원회는 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른 부동산 투기목적 대출수요 차단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기준’을 행정지도했다고 14일 밝혔다.
금융위의 행정지도는 전날 발표된 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보유자의 규제지역내 신규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다만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주택보유자라도 실수요 목적에 대해서는 규제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 첫 날 은행들은 다주택자는 물론 실수요자의 대출 신청에 대한 심사를 중단한 상태다. 대출심사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은행 직원들이 대출 심사를 자의적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 발표 내용을 보면 60세 이상 부모를 별거봉양하는 경우 규제에서 예외로 두고 있다. 은행 현장에서는 부모를 봉양한다는 사실확인 방법이나, 증빙자료 첨부 등 세부실행 방안을 두고 혼란에 빠졌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장들을 불러 은행 창구에서 대출관리 업무가 소홀히 처리되지 않도록 당부까지 한 상황에서 은행 직원들은 규제를 잘못 적용할 경우 돌아올 책임추궁을 우려해 심사를 미루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행정지도가 오늘부터 시행되면서 대출규제가 작동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아직 어떻게 대출 심사를 진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대출 승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14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은행 실무 담당자들을 소집해 대출 규제에 대한 긴급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금감원 담당 팀장 주제로 은행 실무자들이 규제를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질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금감원 직원은 “우선 1차적으로 규제 적용을 위해 미리 준비한 내용을 전달했다”며 “이날 설명회에서 여러 추가 질문이 나와 이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2차 답변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은행은 금감원이 전달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 적용방안을 마련해 내규에 적용할 예정이며, 내규 정비가 끝나면 일선 현장의 혼란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금감원의 설명회가 끝나고도 은행 실무자들은 은행권의 공통된 규제 적용 방안을 두고 장시간 회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으로부터 실수요자가 보호받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당시에도 정부의 규제가 은행 현장에서 적용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에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긴박하게 발표된 만큼 은행 현장의 혼란이 가라앉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