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객을 ‘관리’하기보다는 고객들이 우리를 더 많이 선택해 주시도록 노력해야 한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얼마 전 직원들과 가진 워크숍에서 소비자 중심 경영을 강조하며 이같이 당부했다.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권익 향상 및 보호 강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은행권의 소비자 중심 경영이 점차 안착하고 있다. ‘사람이 경제의 중심’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은행의 경영방침도 변하고 있는 것.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최근 금융소비자 권익 향상 및 보호 활동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영업을 다짐하는 영업행위 윤리준칙 실천 서약을 하는가 하면 은행장이 직접 나서 직원들에게 소비자 권익 및 보호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이달 영업행위 윤리준칙 실천 서약식에서 “금융소비자보호는 금융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항”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금융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동빈 수협은행장도 이달 직원들에게 “수협은행 모든 구성원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바로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라며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은행 영업행위 윤리준칙을 선도적으로 실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밖에 위성호·손태승·이대훈 등 다른 시중은행장들 역시 연일 소비자 중심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장들이 이렇게 소비자 중심 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문 정부가 금융정책의 중심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옮겨가면서부터 시작됐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윤석헌 금감원장은 한 금융권 간담회에서 11번의 소비자 보호를 당부하는 등 금융사의 변화를 종용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변화가 은행의 소비자 중심 경영을 이끌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의 경영방침이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 가면서 이는 실질적인 서비스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비자 중심 경영을 은행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경우 금감원의 2017년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3개 부문 우수 등급을, 9개 부문에서 양호 등급을 받아 소비자 중심 경영이 경영문화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또한 올해 금융소비자연맹에서 발표하는 ‘2018년 좋은 은행’에서 수익성과 소비자성 두 부문에서 모두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을 경영 전반의 핵심 가치로 배치하면서 영업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실적 개선은 물론 금융 소비자 권익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의 변화를 이끌어낸 정부의 행보에 다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지나칠 경우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금융사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공감한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금융사의 자기 결정권까지 해쳐서는 안 된다”며 “이는 소비자 보호가 관치의 명분을 만들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