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1주택자 및 다주택자들에게 대출, 금융 등의 규제를 가하면서, 무주택자들에게는 아파트 당첨 기회를 기존보다 높였다. 이에 가을 분양 시즌을 앞두고 무주택자들은 내집미련이라는 부푼 꿈을 안게 됐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들의 청약 기회는 전보다 나아졌지만, 지역에 따른 여전한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이들이 입성하고자 하는 서울에서의 내집마련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분석한다.
28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10~12월 전국에서 13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6만9117가구)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이중 수도권에서는 6만8000여 가구가, 지방에서는 6만1000여 가구가 쏟아진다. 특히 서울에 인접한 위례신도시에서 3년 만에 새 아파트가 분양되고,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에서도 재건축 아파트들이 차례로 분양에 나서면서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9·13대책을 통해 오는 11월부터 중대형 주택 청약 추첨제 물량을 무주택자들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무주택자들은 내집마련에 대한 부푼 꿈을 안게 됐다.
11월부터는 중대형 주택의 청약 추첨제 물량 가운데 50에서 70%가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된다. 지금까지는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 물량에 대해선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구분 없이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뽑았다. 또한 투기수요가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분양권·입주권 소유자도 무주택자에서 제외키로 했다. 기존에는 아파트에 당첨돼 계약한 사람이나 분양권을 산 사람이라도 해당 아파트의 소유권 이전 등기 전에 처분할 경우 무주택자로 간주됐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청약 기회는 전보다 나아졌지만 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서울의 경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해당돼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가 각각 40%씩 적용되기 때문이다. 당첨 확률은 높아졌는데, 대출 규제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집을 살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기 단지의 경우 그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당초 분양 예정인 서울 및 인기 수도권 지역 물량이 많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심교언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는 “현재 정부의 규제강도는 강하지만 시장에 유동자금이 많고, 지방수요까지 서울에 가서 시장이 쉽게는 안 움직일 것”이라며 “무주택자들의 청약 기회는 전보다 분명 많아지긴 했지만, 대출규제는 무주택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상황인지라 청약기회는 많아졌어도 분양은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더군다나 이번 가을 분양 시장 서울의 경우 물량이 충분하진 않다”며 “여기에 법 개정 전에 분양하는 인기 단지의 경우 1주택자들이 갈아타기를 하면서 몰리게 돼 추첨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실질적으로 그들이 집을 살 수 있게끔 하려면 그분들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 등의 정책적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다만 그런 상품들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을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급차원에서 “현재 서울에 모든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무주택자들도 서울 입성을 하려 하는데, 정작 서울 투기지역 등에서는 대출 규제가 적용돼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공택지 개발 등 공급확대에 들어가는 예산을 수도권 지역 인프라 개선에 활용해 이러한 서울 집중 수요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