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의 기가 막힌 위치 선정’
한반도가 지진, 지진해일(쓰나미), 태풍 등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의미에서 쓰이는 말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 2016년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다. 태풍 또한 매해 여름 한반도에 상흔을 남겼다. 쓰나미도 다르지 않다. 지진 발생 시, 높은 파도가 해안지역을 덮칠 위험을 안고 있다.
시민들은 쓰나미 피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모습이다. 2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회사원 황모(30·여)씨는 “우리나라에서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걸 상상해본 일이 없다”며 “설령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큰 피해를 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5)씨는 “서해에는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동해에서 지진이 난다 해도 일본이라는 ‘방파제’가 있어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강원 속초가 고향인 오모(24)씨는 “속초 해안가에 방파제가 설치돼 있어 쓰나미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배수시설도 잘 돼 있어 쓰나미가 들이닥쳐도 큰 피해가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부산 앞바다에 쓰나미?…영화 ‘해운대’는 허구일까
지난 2009년 쓰나미가 부산을 덮치는 모습을 담은 재난영화 해운대가 개봉했을 당시에도 ‘쓰나미는 허구적 상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에 쓰나미가 덮칠 수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 위치한 대한해협의 폭이 좁아 해수를 밀어낼 힘이 없다’ ‘부산 앞바다는 수심이 낮고 해수의 양이 많지 않다’ ‘일본 대마도가 쓰나미를 막아준다’ 등의 설명이 뒷받침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쓰나미는 일반적으로 단층이 수직상승해 발생하는 지진의 여파다. 해협의 폭과는 상관없다. 남해의 수심이 낮지만 쓰나미가 발생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다. 대마도가 한반도에 미치는 쓰나미의 영향을 덜어주지만 온전히 막지는 못한다. 부산발전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부산시 지진재해도 평가 기초연구’에 따르면 모의 시뮬레이션에서 쓰나미의 파향선은 대부분 대마도 쪽으로 집중됐다. 부산·울산 일대에 도달할 파고는 0.5m~1.8m로 예측됐다. 낙동강 하구의 퇴적삼각주와 부산 강서구 녹산·신호 산업단지, 부산 사하구 신평·장림 산업단지, 부산항, 부산 수영만 일원 지역이 쓰나미로 인한 침수 가능 지역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는 부산에서도 낮은 파고의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남해안으로는 지진해일이 밀어닥친 기록이 거의 없다. 인접한 일본 규슈 지역의 단층은 수직이 아닌 수평운동을 한다”면서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 지진이 수평이동단층에서 발생했다. 해저 산사태 등 특수한 경우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 80~90년대 쓰나미 피해 입은 동해안…“4.2m까지 관측”
부산보다 쓰나미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은 동해안이다. 동해안은 환태평양 조산대의 일부인 일본 열도와 마주 보고 있다. 일본 서쪽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동해에도 파장이 미친다. 수심 역시 남해, 서해보다 훨씬 깊다. 동해의 평균 수심은 약 1.5㎞에 달한다.
동해안은 실제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지난 1983년 일본 아키타현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강원 동해 묵호항에 2m 이상의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속초 1.5m, 경북 울릉도 1.2m 높이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이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지난 93년에도 쓰나미가 동해안을 덮쳤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최대 파고는 속초 2.7m, 묵호 2m, 울릉도 1.1m, 경북 포항 0.9m였다.
윤성범 한양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홋카이도 근방에서 지진이 발생한 경우, 동해안 쪽으로 쓰나미가 발생한다”면서 “대부분의 쓰나미는 바닷속의 산과 같은 ‘대화퇴’에 걸려 일본으로 돌아가지만 일부가 동해에 도달하기도 한다. 83년 강원 삼척 임원항에는 최대 4.2m의 쓰나미가 일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