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소비자가 직접 보험설계사와 소속 법인대리점(GA)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는 고객의 단순 변심 등 불가피한 사유도 있으나, 계약자의 수요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상품권유(불완전판매) 등으로 총 모집계약의 30% 이상이 2년 이내에 해지돼 보험소비자에게 중도해지 위약금 상당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보험협회 규정 개정작업 착수했다고 4일 밝혔다.
금융위는 내년 초부터 소비자가 보험설계사의 신뢰성 관련 정보에 쉽게 접근해 활용할 수 있는 ‘e-클린보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보험설계사 관련 모집이력정보 수준에 따라 조회방법을 2단계로 구성했다. 1단계는 성명, 소속사, 정상모집인 여부 등 기본정보다. 설계사 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자동 조회된다.
불완전판매율과 계약유지율 등 신뢰도와 직결되는 2단계 정보는 해당 설계사의 동의를 거쳐 제공된다. 소비자가 시스템에서 ‘동의요청’을 누르고, 설계사가 휴대전화로 ‘동의’를 누르면 된다.
‘우수 설계사’와 ‘불량 설계사’를 가르는 주요 지표가 불완전판매율과 계약유지율 같은 신뢰도 정보다. 기존에는 보험사별 불완전판매율만 공시됐을 뿐, 설계사의 개인별 불완전판매율은 알 수 없었다.
또 계약이 1년~2년 이상 유지되는 비율을 보면 설계사가 상품을 얼마나 잘 권유하고 관리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철새 설계사’를 솎아내는 기준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이 같은 계약유지율이 설계사별로 집계되고, 업계 평균치와 비교해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주기적인 보수교육을 제대로 받았는지, 법규 위반으로 과태료 같은 제재를 받았거나 모집 수당이 환수당한 이력이 있는지도 공개된다.
설계사는 보험가입을 권유할 때 자신의 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해야 한다. 또 청약서에 자신의 불완전판매율을 적어 소비자에게 건네야 한다.
기존에도 설계사에 대한 ‘모집경력 조회시스템’은 있었다. 그러나 정보 제공 범위가 좁은 데다, 보험사만 설계사의 평판조회 목적으로 직접 접속할 수 있었다.
새로 개발되는 시스템은 보험사는 물론 소비자뿐 아니라 설계사들을 모아 영업하려는 GA도 접속할 수 있다. 일단 전산보안 역량을 갖춘 소속 설계사 500명 이상 대형 GA만 허용된다.
설계사도 이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신뢰도 정보나 제재 이력 등을 조회하고 생·손보협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설계사 빼가기’를 방지하기 위해 GA는 해당 설계사의 동의를 받아야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신뢰도와 무관한 모집 건수 실적은 제공되지 않는다.
근래 설계사들을 늘리면서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 GA들에 대해서도 통합·비교공시를 강화, 불량 GA가 시장에서 퇴출당하도록 유도한다.
우선 GA의 모집실적 등 주요 경영현황을 한 번에 조회하는 생·손보협회 통합공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대형 GA들은 계약유지율, 불완전판매율, 설계사 정착률, 계약 철회율 등 신뢰도 지표가 비교 조회된다.
대형 GA 57개와 중형(소속 설계사 100명 이상) GA 191개는 반기별 공시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1차 주의, 2차 시정명령, 3차 등록취소로 이어지는 '삼진아웃제'가 검토된다. 공시의무 위반 GA에 대한 과태료도 도입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 시스템이 가동되면 보험상품 권유 등을 적법·적절하게 하는 보험설계사인지 여부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 스스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라며 “이를통해 보험설계사끼리 신뢰도 경쟁을 통한 모집질서도 정화 역시 가능해질 것”라고 말했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