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나 간호조무사 등 자격이 없는 이들에게 수술을 맡겨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대리(유령)수술’ 실태가 알려지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에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처분이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8일 공개한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일부 의료기관 개설자가 개설자를 변경하거나 아예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신규 개설해 의료기관을 편법으로 운영하는 등 개설자 변경을 통해 행정처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서울시 소재 A의원을 개업한 B씨의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 사주와 진료기록부 거짓작성의 혐의로 2015년 7월 검찰에 송치됐고, 송파구보건소로부터는 무면허 의료행위 사주에 대한 의료기관 업무정지 3개월, 의사 자격정지 4개월이 상신됐다.
이에 B씨는 2015년 7월 사법기관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처분유예를 요청한 후 영업정치 처분 전인 2015년 9월 의료기관 폐업을 신고해 관할 보건소가 영업정치 처분을 할 수 없어 사건을 종결 처리하도록 유도해 행정처분을 회피했다.
이 외에도 진료비를 거짓 청구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러 자격정치 혹은 영업정지 처분을 통보받자 의료기관 개설자를 타인으로 변경해 행정처분 기간이 끝난 후 다시 개설자를 본인으로 변경하거나, 폐업 후 타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신규 개설하는 등의 편법사례가 확인됐다.
이와 관련 김상희 의원은 “몇몇 의료인들이 대리수술, 사무장병원, 진료비 거짓청구 등 의료법 위반으로 마땅히 처분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종 편법을 동원해 행정처분을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향후 의료법도 건강보험법처럼 업무정치 처분에 대한 처분 승계조항을 둬 이러한 편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강력하게 처벌해야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조금 다른 해법을 내놨다. 의사사회 내부에서 진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불법 혹은 편법적 문제를 강하게 제재하며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자율규제권을 포함한 강력한 권한을 주어야한다는 주장이다.
의사협회는 “어떤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사가 불법행위를 방조하거나 묵인 혹은 주도적으로 시행했다는 것은 의사의 본분을 망각한 것으로 무겁게 처벌받아 마땅하다”며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동시에 국민 앞에 참담한 심정으로 고개 숙여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윤리적 의사와 의료기관의 불법적, 비상식적,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신속하고 엄정한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경위를 파악하고 관련 회원을 엄중 징계함과 동시에 의료법 위반사실에 대해 고발조치해 면허취소 등 협회가 시행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척결해 나가고자 한다”며 “강력하고 실질적인 징계권한을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