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를 타고 십여분을 오르자 거대한 도시가 눈에 들었다. 구름 위에 세워진 별천지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쇼핑과 카지노, 미식을 즐기고 있었다. 구름을 거니는 기분으로 입구에서 몇 발자국 걷기도 전에, 말레이시아 한식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하는 네네치킨 말레이시아 1호점, 겐팅 하이랜드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동쪽으로 버스로 한시간 반 가량을 달려 도착한 곳은 겐팅 하이랜드, 파항 주와 셀랑고르 주 경계에 위치한 거대한 고원 리조트였다. 구름 위라는 뜻인 ‘겐팅’에 어울리게 해발 2000여미터 산 정상에 위치한 이곳은 약 4297만5206㎡(1300만평) 규모로 카지노와 놀이동산, 리조트, 골프장 등이 갖춰진 복합 레저타운이다. 주말에는 10만명이 가까운 방문객이 몰리는 관광의 산지기도 하다.
네네치킨은 지난해 6월 NNC푸드와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현지 업체를 통해 가맹 희망자에게 로열티를 받고 운영권을 제공하는 형태다.
네네치킨은 올해 들어서만 말레이시아에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4개 매장을 오픈했다. 겐팅하일랜드 1호점과 쿠알라룸푸르 스탈링 쇼핑몰 2호점, 쿠칭 타운 쇼핑몰의 3호점, 쿠알라룸푸르 시내 쇼핑몰에 위치한 4호점이다.
지난 6일 오후 방문한 네네치킨 겐팅하이랜드점은 점심시간을 지난 시간임에도 손님들이 제법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고산지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선선했지만, 말레이시아의 더운 기후 특성상 손님들은 실내보다는 실외에 마련된 파라솔 테이블에 더 많이 자리했다.
매장 방문에 동행한 네네치킨 해외사업팀 최오습 과장은 “동남아시아는 더운 기후 때문에 일찍부터 몰(Mall) 문화가 발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오픈한 겐팅하이랜드점은 약 178㎡(54평) 2층 규모로 꾸며졌다. 매니저를 포함해 15명의 직원들이 2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며, 일 평균 매출은 200만원 수준이다. 카지노 등이 자리한 특수상권인 만큼 월 임대료는 1000만원에 달한다. 현재 테마파크 조성 등 공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겐팅하이랜드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매출 증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무슬림국가 특성상 닭고기는 흔한 식재료다. 따라서 닭 요리에 대한 메리트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강했다. 그러나 매장 손님들이 먹고있는 메뉴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프라이드보다는 네네핫쇼킹 등 강한 양념 맛의 치킨을 즐겼다.
실제로 네네치킨에 따르면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치킨 4종 중에서 크리스피(후라이드)보다 쇼킹핫치킨(35%), 양념치킨(15%), 불고기치킨(10%)가 판매비중이 높다.
최 과장은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한국식 치킨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지 계육을 사용하고 맛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소스류만 한국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시아에는 염지(원료육에 식염·향 등 염지제를 첨가하여 일정기간 담가 놓는 공정) 문화가 없다”면서 “따라서 후라이드만 먹더라도 ‘맛있다’고 느끼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말레이시아 식문화를 반영한 메뉴 구성도 눈에 띄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 밥과 치킨이 있는 도시락 메뉴와 함께 김치 햄버거도 판매하고 있었다. 또 가슴살 부위를 선호하지 않아 이를 제외하고 허벅지·다리살 위주로 치킨을 구성했다.
국내 매장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메뉴 뿐만 아니라 ‘퀵 서비스 레스토랑(QSR)’ 시스템이다. 조리가 끝난 제품을 제공하는 패스트푸드와는 달리 QSR은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우버 등 대행업체를 통한다. 추후 매장이 늘어나게 되면 직고용을 통한 배달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하루 전인 5일 찾은 2호점 스탈링몰점은 ‘한류’를 강조했다. 매장 곳곳에 위치한 브라운관에서는 한류스타들이 참여한 광고영상이 비춰졌으며 귀에 익숙한 K-POP들이 흘러나왔다.
매장을 찾은 손님 역시 역시 한류를 간접체험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들과 함께 매장을 찾은 Baizura Ismail(42세)씨는 “한류 팬인 아들과 함께 매장을 찾았다”면서 “‘달콤하고 매운 맛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아시아 국가 음식의 경우 향신료 때문에 역한 느낌이 있지만 (네네치킨은) 그런 것이 없다”면서 “불고기치킨과 감자칩을 포함해 60링깃(한화 1만6400원, 말레이시아 평균 임금 월 100만원) 정도 나왔지만 가격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선미’ 팬이라고 밝힌 아들 Daniel Ismail(17)씨는 “예전에 우연히 (네네치킨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면서 “달콤하면서도 매운 맛이 매우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맛은 말레이시아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2호점을 찾은 현지 마스터 프랜차이즈사 레이먼드 웡(Raymond Wong) NNC 푸드 대표는 성공적인 현지화에 대해 K-POP과 ‘본사의 적극 직원’을 꼽았다.
그는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을 접하기는 것에 있어 K-POP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면서 “네네치킨 역시 이와 맞물려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킹 핫 치킨이 가장 잘 팔리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들여오는 소스도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영상 5도 이하 냉장유통으로 들여올 정도로 품질에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네치킨은 올해 안에 말레이시아 5, 6호점 출점을 완료하고 내년에도 매장을 늘려나가는 등 공격적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5호점은 동말레이시아 사라왁 지역 씨티 원 몰에, 6호점은 쿠알라룸푸르 남쪽 미드밸리에 각각 11월, 12월 들어설 예정이다.
네네치킨 관계자는 “물류의 마진이 아닌 매출 로열티를 통한 마스터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라면서 “(최종 목표는) 합작법인을 통해 직영점을 운영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