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채용 비리에 개입한 의혹을 받은 조용병(61)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11일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 양철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조 회장의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피의사실에 대한 상당한 소명 있고 피의자는 피의사실에 대하여 다투고 있다. 그러나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피의자의 직책,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등에 비추어 볼 때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와 이 사건 관계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많은바, 피의사실 인정 여부 및 피의사실 책임 정도에 관하여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도 있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특혜 채용 관련 보고를 받았거나 이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3일과 6일 조 회장을 비공개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신한은행이 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을 받은 지원자를 '특이자 명단', 부서장 이상 임직원 자녀를 '부서장 명단'으로 분류해 별도로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류·면접 전형마다 특이자 명단과 부서장 명단에 있는 지원자의 점수를 수시로 고위 임원에게 보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점수를 조작한 정황도 포착했다.
또 채용 남녀 성별 비율이 애초 목표했던 75%, 25%에 이르지 않자 임원 면접 점수를 임의로 조작해 남성 합격 인원을 늘린 것으로 파악했다. 여기에 서류 전형과정에서 나이가 기준보다 많거나 학교별 등급에 따라 책정한 학점 기준을 넘지 못할 경우 탈락시키는 이른바 '필터링 컷'을 적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지난 9월 전직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김모(52)씨와 이모(52)씨 2명은 구속기소 됐다. 김씨는 2013년 상반기부터 2년간, 이씨는 2015년 하반기부터 1년간 신한은행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부정채용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구속된 금융지주 회장은 전무한 것으로 기록됐다. 앞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불기소 처분됐으며,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