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가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그간 멈췄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 10일 롯데지주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주식 410만주와 386만주를 2조2274억원에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의 지분 23.24%를 확보하게 됐다.
롯데지주는 “그룹 지주회사 체제를 안정화하고 유통·식음료 업종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의 지주회사 편입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뉴 롯데’의 핵심 사안이다. 신 회장은 2015년 8월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작업의 일환으로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해 지금까지 유통·식품·금융 분야 51개 계열사를 편입했다. 74만개에 달했던 순환 출자 고리도 끊어냈다.
이번 롯데케미컬 편입에 따라 롯데지주가 편입한 계열사는 유통 20개, 식품 12개 등 현재 51개에서 화학 계열사 11개가 더해져 총 62개로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롯데지주 전환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던 호텔롯데 등의 지주사 편입은 요원하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로 19.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롯데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L투자회사가 72.7%, 광윤사가 5.45%를 가지고 있는 등 사실상 일본 롯데의 종속관계에 있다.
신 회장은 2015년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며 일본 기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1년 후 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결국 호텔롯데는 상장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이후 신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상장은 사실상 중단됐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롯데케미칼 편입을 시작으로 호텔롯데 상장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금융계열사 처분과 법적 리스크 등 선결돼야 할 문제가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안정화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이 롯데 지주사 전환의 방점인 만큼 상장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신 회장이) 아직 사법적인 부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데다 금융 계열사 지분 정리 등을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