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감] 첫 국감서 혼쭐난 윤석헌 원장…미 재무부 제재 질의에 ‘당황’

[2018 국감] 첫 국감서 혼쭐난 윤석헌 원장…미 재무부 제재 질의에 ‘당황’

기사승인 2018-10-12 14:06:25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첫 국정감사에서 미국 재무부가 국내 은행을 상대로 대북 제재 준수를 요청한 것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집중적인 추궁을 받았다. 특히 금감원장으로서 최악의 경우 뱅크런(bank run)까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윤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 재무부가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직접 대북제재 준수를 요청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을 대상으로 대북 제재 준수를 당부해 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지난달 20∼21일 국책은행인 산업·기업은행과 KB국민·신한·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등 7곳의 국내은행과 전화회의(컨퍼런스 콜)를 열었다. 미 재무부는 전화회의를 열기 전 e메일로 '북한 관련 회의를 열고 싶다'고 알리고 국내 은행에 순차적으로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윤 원장이 이 문제를 두고 쏟아진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서 발생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 임하는 금감원장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30분간의 정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의 “대북제재와 관련해 금융기관에 자료를 요청한 적 있는가, 북한산석탄이나 광물수입과 관련해 언론 보도 후 금융기관과 조율에 나선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국내 은행과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이고, 향후 파급효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미국이 국내 은행에 대해 대북제재와 관련해 경고를 보낸 것에 대한 금감원장의 답변은 매우 중요하다. 답변을 하지 않는다고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닌데도 금감원장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 하고 있다”며 “이런 국감은 진행할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금감원장에게 30분간 답변을 위한 준비할 시간을 주기위해 정회를 요청했다.

윤 원장이 야당의원들의 집중적인 공세에 혼란스러워 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의 지원 발언도 제기됐다. 제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만 금융위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국감에서도 질의할 수 있었던 문제를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금감원장에게 질의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금감원장에게 중요한 경제정책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원장의 답변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대립이 격화되자 민병두 정무위 위원장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민 위원장은 “미 재무부가 국내 은행과 직접 컨퍼런스 콜을 진행한 것은 사전적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가 경고적 차원인지 제재 또는 조사 목적 이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금감원은 오후까지 상황을 파악해 오후 질의 시간에 답변에 나서달라”고 정리했다.

한편 미 재무부와 국내 은행 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미 재무부는 테러·금융정보 담당자는 국내 은행이 추진하는 대북 관련 사업 현황을 묻고 대북제재 준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재무부가 국내 금융당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국내 은행과 접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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