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께서 평양 5.1경기장, 15만 북한 주민 앞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 우리 스스로가 결정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가 바로 1차 세계대전 이후 베르사유 강화조약에서 민족자결주의가 표방됨으로써 3·1운동으로 이어진 역사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5000년을 함께 살았고 70년을 헤어져 살아왔다는 말씀에 민족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게 됩니다.” 프랑스 이상무 한인회장
13일(현지시간) 저녁 7시,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프랑스 동포 간담회가 ‘메종 드 라 뮤투알리테’에서 열렸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했던 정치운동 ‘앙 마르슈’의 출발을 알리기도 했던 유서 깊은 장소라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지 취업 및 창업 청년, 프랑스 문화계 및 스포츠계 종사자 등 프랑스 사회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동포뿐만 아니라, 친한(親韓) 프랑스 인사와 한국전쟁 참전용사 등 2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다양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5년 전부터 라 프렌치테크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지원 및 해외 창업인력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미 다양한 지원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세계적인 경제리더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외 창업인력에 대해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한국기업 프랑스 법인에 근무하는 동포 김소라
“프랑스는 앞선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고,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면서 과학기술 상용화에 탁월합니이 두 나라가 협력하면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 문 대통령
“프랑스에는 유럽 최초의 한인단체인 재법한국민회가 있었고, 임시정부 대사관격인 파리위원부가 있었습니다. 프랑스가 한국독립운동의 유럽 중심지였다는 것에 동포사회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불통신 대표 겸 한인이주 100년사 오영교 편찬위원
문 대통령은 벤처 창업가이기도 한 다비드 콤브 한인입양인 대표 뿌리협회 회장, 디자이너 루시 브로차드, 샴페인 농장을 운영하는 마티아스 데루에, 스타 셰프 피에르 상 부와에, 연구원 엘렌 라피트, 설치 미술가 노에리 리농 등 한인 입양인들에게 기념 배지를 달아줬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 발언 전문이다.
동포 여러분, 반갑습니다. 유럽 순방 첫 일정으로 동포 여러분을 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10년 전에 파리를 방문한 일이 있는데 대통령으로서는 첫 프랑스 방문입니다. 여러모로 뜻깊고 그런 기회에 여러분을 만나니 더 더욱 반갑고 든든합니다. 여러분도 반가우시죠?
프랑스에 올 때마다 세계인들이 프랑스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파리를 유유히 흐르는 세느강과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도시의 풍경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우리로서는 아주 부럽기도 합니다.
지난 달, 파리 국제대학촌에 한국관을 개관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40여년 만에 추가 건립된 국가관이 바로 우리 한국관입니다. 너무 반갑고 기뻤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생겼습니다. 부지를 제공해 준 프랑스 당국에도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한국관 건립을 위해 애쓰신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혹시 어디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박수로 감사드립니다. 각별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동포 여러분, 한국과 프랑스는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빛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은 인류의 마음속에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새겨 넣었습니다. 21세기 우리의 촛불혁명은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위기에 빠진 세계의 민주주의에 희망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프랑스에서 촛불 많이 드셨죠? 그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서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마음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고흐와 모네와 르누아르의 그림, 드뷔시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우리 마음속에 소중한 추억을 담아주었습니다.
파리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파리한국영화제’가 열리고,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파리7대학, 이날코 대학 등 한국어학과에 많은 학생들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파리 중심부에 한국의 문화와 관광지를 체험할 수 있는 ‘파리코리아센터’가 개원한다고 하니 앞으로 깊어질 양국의 관계가 더욱 기대됩니다.
그리고 또 내일 한불 우정 콘서트 열리는 것 아시죠. 방탄소년단도 참석한다고 합니다. 한국과 프랑스 양국 국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많이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포여러분,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활발했던 우리 독립운동의 근거지였습니다. 99년 전, 30여명의 우리 노동자들이 유럽 지역 최초의 한인단체 재불한국민회, 그때는 프랑스를 한자로 ‘법국(法國)’ 자, 법국이라고 표시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재법한국민회를 결성했습니다. 그 분들은 3.1운동 1주년 경축식을 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위원부에 거액의 독립자금을 댔습니다. 그때 파리위원부 대표가 바로 김규식 박사님이었습니다.
내년은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며 재불한국민회가 결성된 100주년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그 의미가 깊습니다.
정부는 프랑스 각지에 흩어진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발굴, 수집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동포 여러분의 안전을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파리와 니스에서 발생했던 두 차례의 테러는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프랑스 대한민국대사관에 사건사고 영사를 증원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해외안전지킴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정부가 언제나 여러분 곁에 함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동포 여러분, 저는 모레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성장 방안에서부터 기후변화와 환경, 테러, 인권 등 국제사회가 당면한 주요 문제들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것입니다. 무엇보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EU의 주도국인 프랑스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할 것입니다.
여러분, 평화의 한반도가 곧 우리 앞에 올 것이라고 저는 자신합니다. 여러분께서 높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자유와 평등, 박애의 나라 프랑스의 동포 여러분께서 각별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 주신다면 제가 더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여러분,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함께 좋은 나라, 나라다운 나라 만들어 가십시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