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위생과 관련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먹거리 신뢰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소비자들이 관련업계와 정부당국에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반면 기표(記標)에 놀라 부화뇌동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발생한 런천미트 사태의 경우 멸균제품에서 세균이 발견됐다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대상 청정원의 런천미트 일부 제품이 식약처 자가품질검사결과 세육발육시험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문제가 된 제품은 충청남도 천안 소재의 공장에서 2016년 5월 15일 제조된 제품으로 내년 5월 15일까지 유통기한이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보관하는 판매자에게 판매 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회수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세균의 배양 유무만을 확인하는 검사여서 정확한 세균 종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제조업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해당 제품의 경우 세균이 검출되지 않아야 하는, 검출돼서는 안 되는 멸균제품이기 때문이다. 멸균 제품은 고압이나 고온으로 살균한 뒤 밀봉 포장하기 때문에 상온에 보관해도 세균 번식 우려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청정원 측은 “출고 당시 멸균 검사를 거친 정상 제품이었으며 자체적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잔여 유통기한이 6개월 남짓에 불과한 점을 볼 때 세균 문제가 발생했다면 지난 2년 6개월 동안 반드시 문제가 됐어야 했지만 전혀 관련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멸균 제품에서 세균이 검출됐다는 것은 비단 대상 뿐만 아니라 식품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는 문제다. 깡통햄 등 유통기한이 긴 통조림류 제품은 물론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대부분이 멸균제품이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멸균이 된 제품에서 세균이 배양됐다는 것은 식품업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청정원은 자체적인 조사에 착수했지만 명확한 이유를 확인하기까지는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상한 부분이 눈에 띈다. 세균은 번식력이 매우 강해 제조과정에서 멸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캔 내부에 세균이 남아있었다면 이미 제품 전체를 뒤덮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해당 제품을 취식했다면 필연적으로 복통 등 식중독 증상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뒤따랐어야한다.
종합해볼 때 문제가 된 제품은 유통과정이나 보관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멸균 제품은 말 그대로 세균이 사멸됐다는 뜻이다. 완벽하게 멸균된 제품에서 세균이 발견된 사례는 없다. 아직 정부부처의 공식적인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막연한 공포감에 뒤덮여서는 안되는 이유다.
막연한 공포의 기저에는 ‘초코케이크 식중독 사태’가 깔려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풀무원 푸드머스가 학교 급식소 등에 공급했던 ‘우리밀 초코블라썸’ 제품을 섭취한 학생 2207명이 집단식중독에 걸려 문제가 됐다. 해당 제품은 풀무원푸드머스가 식품제조가공업체 더블유원에프엔비에 공급한 것으로 위생당국은 초코케이크 크림 제조 때 사용된 난백액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돼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불과 두어달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떠오른 ‘세균검출’이라는 단어는 소비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기 충분했다. 먹거리에 대한 공포는 쉽게 해갈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정원 역시 전혀 문제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비난과 비판의 손가락질은 명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미뤄두는게 옳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