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사업계획 마련에 들어간 은행들이 중소 기업대출 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다. 투기지역 다주택자 대출 금지 및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관리지표 도입 등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로 가계대출 확대에 먹구름이 낀 영향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내년도 사업계획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은행의 주력 수익처인 대출을 두고 목표 성장률과 리스크관리를 위한 대출 포트폴리오를 마련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들의 고민은 전통적인 수익처인 가계대출 분야의 성장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9·13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요건이 강화됐고, DSR 관리지표 도입으로 신용대출까지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9·13대책으로 신규 주담대와 전세대출이 제한될 것이며, DSR 관리지표 도입에 따라 신용대출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면서 “내년 경기둔화가 예상되고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여 대출 성장률은 4~5%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성장 둔화에 따라 은행들이 주목하는 시장은 중소기업 대출이다. 가계대출 성장 둔화로 떨어진 대출 성장률을 중기대출 확대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4~5%의 대출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가계대출이 2~3% 성장할 동안 기업대출은 7~8% 확대할 계획”이라며 “수수료 창출 사업을 강화해 수익성 다각화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국내 은행들은 9·13대책에 앞서 정부가 여신심사가이드 라인, 신DTI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기업대출 확대에 주력해 왔다.
실제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9월 말 기준 428조5090억원으로 지난해 말(403조1580억원)에 비해 6.3%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규모가 지난해 말보다 8.9% 상승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며, 뒤이어 하나은행 7.4%, 신한은행 5.6%, 우리은행 3.5% 순이다.
은행들의 이러한 계획을 두고 보면 부동산 시장에 몰린 자금을 창업·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규제 목표가 조금씩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내년도 기업대출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은행들의 계획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과 함께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제조업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늘린 중기 대출이 대거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리스크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될 경우 한계기업이나 소호를 중심으로 여신 부실화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은행들 간의 영업경쟁이 부실한 대출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