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혼희망타운이라 읽고 금수저타운이라 부른다

[기자수첩] 신혼희망타운이라 읽고 금수저타운이라 부른다

기사승인 2018-11-03 03:00:00

문재인 정부는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을 꾀하고 있다. 당장 오는 12월부터 공급이 시작되는 신혼부부 희망타운도 이중 하나다. 하지만 신혼희망타운은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목표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자격요건 때문이다. 

신혼희망타운의 입주 소득기준은 맞벌이의 경우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30%, 외벌이의 경우 120%까지다. 통계청에 의하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은 맞벌이 월 650만원, 외벌이 월 600만원이다. 이를 연소득으로 계산하면, 맞벌이의 경우 1인당 약 300~350만원이라고 봤을 때 3600~4200만원이다. 외벌이의 경우 7200만원이다.

연봉 3600~7200만원을 받는 고소득자를 과연 서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표준국어대사전은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서민으로 정의하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본다면 서민은 중산층과 빈민 사이에 있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에 따른 서민의 기준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중위소득이라는 개념이 있다. 전체 가구 별 소득 기준 중 50%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즉 전체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이다. 전체 가구의 소득을 합한 뒤 이를 가구 수로 나눈 평균소득과 다르다. 

보건복지부가 산정한 2018년 중위소득은 1인 기준 월 165만원 수준이다. 연 소득으로 환산하면 약 2000만원이다. 이를 다시 2인(신혼부부) 기준으로 보면 대략 월 330만원, 연 4000만원 수준이 된다. 신혼희망타운의 목적이 서민 주거 안정에 있다면, 소득기준은 최소 이정도 수준으로 측정돼야 한다고 본다. 

일각에선 신혼희망타운을 금수저타운이라고 부른다. 신혼희망타운에 입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득 차원에서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주거복지연대는 정부가 고소득자 신혼부부들에게 희망타운 혜택을 주는 이유를 서민주거안정이 아닌 출산장려를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희망타운을 제공하면 대출의 부실화 문제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출산장려대책과 서민주거안정대책은 엄연히 다르다.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대출의 부실화 등을 의식해 금수저타운을 조성할 게 아니라, 진짜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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