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의 대출심사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감정평가서를 바탕으로 대출사기로 의심되는 49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금융사고는 지난 2014년 드러난 100억원대 단위농협 대출사기와 판박이 방식이라 농협은행의 대출심사에 의구심을 불러오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31일 49억10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공시했다. 은행법상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은행은 다음날까지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고, 15일 이내에 이를 고객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공시에 따르면 이번 금융사고 건은 거액연체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지난달 29일 드러났다. 이에 농협은행은 감사부의 특별감사를 통해 해당 대출이 사기대출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현재 농협은행이 파악한 사고 금액은 49억1000만원이며 이 가운데 27억5000만원 상당의 대출금이 회수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있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담보취득 금지부동산을 이용한 부당대출로 보고 있다. 현행 담보평가 규정에 따르면 지상건축물과 같이 담보로 제공하지 않는 토지나 학교, 사찰, 교회 등 다른 용도로 전환이 어렵고 매매 또는 임대차 가능성이 희박한 물건은 담보로 취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부당대출은 유치권이 행사중인 물건을 담보로 잡아 대출이 취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협은행은 부당대출 과정에서 담보에 대한 감정평가를 맡긴 00감점평가법인이 허위 고가 감정평가서를 발부해 은행에 손실을 입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손해액이 전액 확정되는 데로 해당 감정평가 법인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번 금융사고와 유사한 사례가 그동안 계속되어 왔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 농협은행과 같은 농협중앙회 소속인 단위농협에서는 농협직원이 감정평가사 및 부동산 중개업자 등과 손잡고 담보가치가 없는 맹지에 대한 허위감정평가서를 발급받아 100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은 사건이 드러났다.
단위농협이 허위감정평가서에 100억원대 사기대출을 당한지 4년만에 동일한 형태의 금융사고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것.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부당대출의 발생원인이 정확한 현장확인 없이 서류에 의존한 대출심사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단위농협은 물론 앞서 발생한 모뉴엘 대출사기까지 모두 서류에 의존한 대출심사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농협은행은 이에 대해 "현재 조사중이고 소송을 앞두고 있어 지금 단계에서 할 말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달 19일부터 농협은행에 대한 종합감사에 들어가는 금융감독원은 일단 농협은행의 자체 검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사건에 대해 금감원이 일일히 들여다 보지는 않는다. 은행이 자체공시한 만큼 부당대출에 대해 은행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담보를 취급할 수 없는 물건을 담보로 잡는 등 은행직원의 규정 위반이 명확한지 검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