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전기가 끊긴 구 노량진 수산시장, 30대 지희(여·가명)씨는 활어 5000만원어치가 폐사하자 자리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함께 장사하는 ‘언니’들은 울고 있는 그녀를 달랬다. “우리는 엄마야, 조심해서 덤벼야 해” 그러자 그녀는 “알았다”며 눈물을 삼켰다.
수협은 지난 5일 오전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반발하는 상인들에 맞서 단전, 단수를 시행했다. 수협은 지난달 30일 공고문과 내용증명을 통해 이를 고지했다. 이에 상인 측은 ‘반인권적 행태’라며 신 시장 주차장 주위에서 밤샘 집회를 열었다. 상황이 격해지자 경찰이 중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집회 다음날에도 주차장 입구 주변에는 상인 측 관계자들이 일부 모여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방송과 노래를 반복해서 틀었다. 가사는 이랬다. “장사하고 싶어요 맘 편하게 장사하고 싶어요 자리도 좁고요 수족관도 못 옮겨 도저히 장사할 수 없는데 눈물이 나네요 장사하게 해줘요 맘 편하게 장사하고 싶어요”
단전·수 이튿날 오전 구 수산시장을 들렀다. 시장은 어둡고 적막했다. 촛불이 군데군데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발전기 소음이 시장을 가득 채웠다. 전기공급이 중단되자 임시로 들여놓은 것이다. 하지만 발전기는 얼마 못 가 작동을 멈췄다. 대당 수천만 원인 발전기를 들여놔도 온종일 돌리고 나면 꺼지는 바람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발전기가 멈춰서)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자 한 상인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지”라고 답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상인들이 바쁘게 생선을 포장하고 있었다. 냉동고에 있던 것들을 모두 꺼내 비닐에 담아 차가운 곳으로 옮겼다. 급한 대로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을 붓는 사람도 있었다. 자루 당 3000원, 매일 2만원어치 얼음이 필요하다고 한다. 얼핏 봐도 박스가 스무 개가 넘었다.
상인 측 피해는 커보였다. 빈 어항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냉동고는 제 기능을 상실했다. 소비자 발길도 전보다 끊긴 듯 했다. 한 상인은 “어항이 있는 사람들 손해가 컸다”며 “물고기가 많이 죽었다. 하룻밤 사이에 더 죽어있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활어가 다 죽었다. 냉동고도 다 녹아 있을까봐 무서워서 꺼내지도 못 하고 있다”며 “해도 너무한다, 사람이 있는데 단전, 단수가 웬 말이냐. 장사를 해야 하는데 깜깜해서 누가 오겠느냐”며 한탄했다. 그러면서 “전기가 없어서 커피 한 잔 타주지 못 해 미안하다”고 했다.
구 시장 상인들은 신 시장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비싼 임대료와 좁은 공간을 문제 삼고 있다. 신 시장은 구 시장 대비 공간이 절반뿐인데 임대료는 갑절로 비싸다는 것. 한 상인에 따르면 구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 임대료와 전기세 등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30만원이다. 하지만 신 시장은 70만원을 내야 한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장사를 접은 상인도 40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