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에 관한 정부의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금융연구원의 내년도 은행 수익 전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국내 은행의 내년 수익이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증권가는 물론 은행권에서도 17% 수익 감소 전망은 너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망이 잘못된 금융정책을 불어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019년 경제 및 금융전망 세미나'를 열고 내년 은행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9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추정치 11조8000억원 보다 2조원, 16.95% 줄어든 규모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당시 세미나에서 은행의 대출 증가 둔화와 함께 대손비용 증가에 따라 은행의 수익이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내년 경제성장률 하락,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업대출 영업기회 축소 및 리스크 증대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대출 성장률이 명목경제성장률 내외로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제성장률 하락과 금리 상승 등의 요인으로 대손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연구원의 전망치가 나온 이후 증권가에서는 금융연구원의 전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연구원의 2019년 은행 이익이 올해 대비 17% 감익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논리”라며 “(금융연구원은) 대손충당금이 80%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는 현 은행의 건전성 상황을 완전히 무시한 매크로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성장률 하락과 금리 상승 등이 대손비용 증가 요인임에는 분명하지만 2019년에도 충당금 환입 요인들이 다수 있고 연체와 건전성이 금리와 경기에 상당히 후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설령 은행 부실이 급증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이슈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에서도 내년 은행 수익이 17%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다. 은행 한 관계자는 “내년 은행의 수익이 감소할 수는 있지만, 내부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그 정도는 소폭에 그칠 것”이라며 “은행권 수익이 17%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대기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 금액(전망치)에 대해 여러 근거를 가지고 전망했는데 일단 전망이라는 것이 지나 봐야 알 것이다.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유인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은행 관계자들과 면담을 해보면 더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연구원의 은행 수익에 대한 보수적 전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연구원의 지난해 은행 전망을 살펴보면 금융연구원은 올해 은행의 수익이 8조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은행 수익을 12조9000억원으로 추정하면서 올해 수익이 4조5000억원이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것.
하지만 금융연구원의 전망과 달리 신한·국민·하나·우리·기업은행 등 주요 5개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익만 벌써 9조1171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연말에는 12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 수익 달성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금융연구원의 이러한 전망이 금융당국이 금융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참고자료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금융지주 내 계열사간 정보공유 제도 개선방안’ 등 10개에 달하는 금융위원회의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연구용역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 용역 평가를 걸쳐 법을 개정할지, 제도에 반영할지, 아니면 단순히 참조만 할지 결정된다”며 “수익 전망의 경우 여러 기관의 전망을 참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