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뚤어진 직업윤리 위로 쌓아올린 힐스테이트

[기자수첩] 비뚤어진 직업윤리 위로 쌓아올린 힐스테이트

기사승인 2018-11-07 03:00:00

“힐스테이트 새 아파트는 완공 후 2년 정도 지나고 나서 입주하는 게 좋습니다. 그 기간동안은 전세나 월세를 주면 됩니다”

최근 현대건설(엔지니어링) 실무담당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이유를 물었고, 돌아온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힐스테이트 시공에 사용된 건축자재에서 발암물질이 빠지려면 통상 이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집의 실체는 발암물질로 가득했다. 물론 그는 가볍게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직 대형건설사 관계자 입에서 이런 얘기가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는 사실에 직업윤리를 의심해볼 수밖에 없었다. 

환경부의 실내공기질관리법 제11조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 또는 공동주택을 설치하는 자는 환경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해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건축자재를 사용해선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해당 건축자재는 접착제, 페인트, 실란트, 퍼티, 벽지, 바닥재, 이밖에 건축물 내부에 사용되는 것으로 모두 건축물을 시공할 때 당연시 사용되는 자재들이다. 환경부는 해당 자재별로 오염물질 방출기준을 마련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은 고민이 많다. 지금까지는 실내공기질 법적 기준만 통과하면 됐지만, 최근 라돈침대를 시작으로 건축자재 내 발암물질이 전국민적 화두가 되면서 보다 자세한 정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양 원가공개까지 요구되면서 건설업계는 머리가 더욱 아프다. 업계는 공산국가도 아니고 왜 건설사들만을 대상으로 원가나 자재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느냐는 주장이다. 그들은 명백한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한다.  

무한경쟁시대에서 형평성을 문제 삼는 것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다만 발암물질 때문에 새 아파트에는 적어도 2년 후부터 입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게, 건설업계가 할 말은 아니지 싶다. 부실한 직업윤리 위에 시공된 아파트는 국민을 발암물질 속으로 내몰고 있다.

건설업계에서의 직업윤리 부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건설문화는 수직적 주종주의, 집단 이기주의, 배타적 평등주의, 결과지향적 도전주의 등을 기반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80, 90년대 압축적 고도성장기 때는 강점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건설 환경에서 이같은 문화는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인간의 모든 유전자는 이기적이라고 저술했다. 예컨대 한 아이의 엄마가 위험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이유는 자식에 대한 사랑 등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아이가 자신의 유전자로 이뤄졌기 때문에 해당 개체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인간을 이루고 있는 유전자가 이기적이라고 해서 인간까지 이기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록 무한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해당 경제논리에 입각해 모든 가치가 뒤로 물러나서는 안 될 것이다. 적어도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건축자재 등에 대해서는 올바른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시공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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