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은행산업의 전망이 어둡게 나오면서 그동안 세수 확대에 기여해온 기업은행의 성장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여타 은행의 경우 금융지주 체제를 통해 다양한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8일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누적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조7510억원으로 역대 최대수준이 될 전망이다. 2017년 30% 순익 성장률을 보인 기업은행이 올해도 16%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 것.
다만 내년에도 기업은행의 두 자릿수 순익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정부 규제에 따른 은행의 대출 성장 둔화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실 증가로 순익 성장이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추정치를 보면 내년 기업은행의 순익은 1조8000억원 수준에서 순익 성장률 3%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나마 이는 은행업의 전망을 밝게 보는 측에 속한다. 금융연구원은 내년도 국내 은행의 순익이 최대 17%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융연구원은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금리인상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를 꼽았다. 이는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을 여타 은행보다 폭 넓게 취급하는 기업은행에게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여타 은행들은 이런 난관을 금융지주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육성하고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역시 이러한 취지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경우 우리은행의 지주사로 전환에 따라 국내 6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비금융지주 은행으로 남아있다. 비금융지주인 기업은행은 자기자본의 130%까지 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금융지주와 달리, 자기자본의 20%까지만 출자할 수 있으며 자회사간의 고객 정보 공유도 막힌 상황이다. 즉 자회사 육성에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업은행도 지주사 전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체 지주사 전환의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관련법규인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한 영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포지션이 어중간한 점이 있다. 시장과 경쟁한다는 점에서 지주사 전환이 필요하지만 정부나 국회에서는 정책금융 공급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번 정권에서 지주사 전환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행의 성장 둔화는 세수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업은행의 대주주인 기획재정부는 최근 3년간 총 5166억원의 배당을 받아 이를 세수에 보탰다. 기업은행은 2016년 1491억원, 2017년 1608억원, 2018년 2067억원을 기재부에 배당해 세금 확보에 일조했다. 기업은행의 성장이 둔화될 경우 배당 역시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