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쥬얼데이에도 눈치 보여서 편한 옷을 입을 수가 없어요”
겉과 속이 다른 현대건설에 사내 젊은 사원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부적으로는 기업 홍보차 젊은 층을 대상으로 문화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내부 문화는 여전히 건설사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총 4부작으로 기획된 기업형 웹드라마 ‘설레는 직딩청춘, 현대건썰’을 마무리했다. 지난 6월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개한 웹드라마는 1·2편이 조회수 35만뷰를 돌파하는 등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었다. 실제 배우는 물론 실제 사내직원까지 출연시켜 극의 사실감을 더했다.
웹드라마란 인터넷과 모바일용으로 제작되는 10분 내외의 짧은 드라마다. 시간과 장소 제한 없이 시청이 가능해 2030 젊은 세대와 모바일 유저들에게 각광받는다. 최근 기업들은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이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홍보의 한 방식으로 웹드라마를 사용한다.
또 현대건설은 올해 초 페이스북,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새롭게 단장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초 기업 블로그도 개설했다. 모두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이미지마케팅의 일환이다.
하지만 외부적으로 진행되는 젊은 마케팅과는 다르게, 현대건설의 내부 문화는 여전히 건설사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복장 문화에 있어서 문제가 일고 있다.
당초 현대건설은 매주 수요일을 비즈니스캐주얼데이로 지정해 정장이 아닌 가벼운 옷차림을 입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날엔 청바지, 운동화, 라운드티 등 비교적 자유롭고 편한 복장으로 출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잘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건설 직원 A씨는 “편한 복장을 입고와도 된다고는 하지만 도저히 눈치가 보여서 입을 수 없다”며 “아무래도 상사들이 대부분 정장을 입고 오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다른 직원 B씨는 “(비즈니스캐주얼데이) 점심시간 때 내부 직원들의 옷차림을 보면 대부분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고 있다”며 “평소와 크게 다른 점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기업 내 복장 문화는 업무 효율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같은 기업 구성원들은 옷 입는 방식에 따라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기업의 가치관 형성에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같은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하더라도 기업마다 스타일이 다른 이유는 상이한 기업문화가 자연스럽게 옷차림에도 녹아들기 때문이다.
광고홍보업계 관계자는 “기업문화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돼 각 구성원에게 전해지고 새겨지는 것”이라며 “같은 기업의 구성원들은 가치관뿐 아니라 옷 입는 방법까지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기업마다 특색이 드러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장 문화에 따라 업무적 역량이 발현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