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생한 기록적인 폭염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외우내환이 겹치면서 주류업계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상 6월부터 9월까지는 이른바 맥주 매출 성수기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사실상 여름매출이 한 해 농사인 셈이다.
그러나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매출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나들이 수요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혹은 비가 너무 많이 올 경우 맥주 매출이 급감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7월 대형마트 기준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7% 가량 줄어들었다. 소주 역시 3% 가량 줄었으며 대신 탄산음료와 생수 매출이 올랐다.
성수기인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것도 악재였다. 회식 자리가 줄어들면서 일선음식점 업소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산 레귤러 맥주 매출이 꺾인 것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3분기 영업이익은 292억7563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2% 줄었다. 매출도 5000억5775만원으로 5.3% 감소했다. 발포주 ‘필라이트’를 비롯해 직접 들여와 판매하는 수입맥주 브랜드의 성장이 있었음에도 주력인 레귤러 맥주 매출액이 감소한 것이 악영향을 준 것이다. 또한 마산공장의 소주 생산라인 전환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늘어난 점과 추석 연휴가 겹친 것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음료부문의 선전으로 영업이익이 39.9% 늘어난 511억5809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6698억7373만원으로 0.2% 신장했다. 그러나 주류 부문은 여전히 실적반등에 목말라 하고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제2공장 투자비용과 마케팅비용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폭염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하이트진로와 동일한 악재를 겪으면서 3분기 실적도 상반기와 동일한 흐름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맥주시장 업계 1위인 오비맥주 역시 힘든 여름을 보냈다. 올해 국내 맥주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러시아 월드컵 공식 후원사에 이름을 올리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근무시간 단축과 폭염 등으로 긴 호흡을 가져가지는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 특수가 있었지만 (우리나라가) 조기탈락하면서 과거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여기에 기상이변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의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폭염이나 공장증설 등) 이러한 악재에는 연속성이 없는 만큼 충분히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