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최근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가맹점 납품가는 동결해 가맹점주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올리브유 등의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BQ는 이날부터 대표 제품인 ‘황금올리브’ 등 3개 품목에 대해 최대 2000원의 가격을 인상한다. 이번 가격 인상은 9년만이다.
황금올리브는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자메이카 통다리는 1만7500원에서 1만9500원으로, 써프라이드 치킨은 1만89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인상한다. 현재 배달료 2000원을 별도로 받는 만큼 실질적인 체감 가격은 2만원을 훌쩍 넘게 된다.
가격 인상에 대해 BBQ 측은 가맹점주들의 끊임없는 인상 요구로 인해 결정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한다. 가맹점주 일부로 구성된 동행위원회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는 뜻이다.
또한 소비자 가격은 인상하지만 가맹점 납품가는 그대로 유지해 수익을 가맹점이 가져갈 수 있게 했으며 이러한 결정은 회사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동행위원회는 1500여개에 달하는 BBQ가맹점 중 45개 점주만 참여하는 만큼 대표성을 띄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동행위원회 소속 점주 일부는 가격 인상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가격인상 전 주요품목인 올리브오일과 신선육, 파우더, 치킨무 등 원자재값 인상을 추진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BBQ 관계자는 “동행위원회에서 (납품 품목) 가격 인상이 논의됐던 것은 사실이나 진행되지는 않았다”면서 “인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맹점주들이 납품가 인하가 아닌 가격인상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적은 만큼 본사 측에서 먼저 이러한 의견을 제시했다가 위원회 반발에 무산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BBQ의 행보는 비슷한 시기에 가격 인상을 발표한 이디야커피와 결을 달리하고 있다. 이디야커피 역시 지난 15일 가격 인상을 발표를 통해 내달 1일부터 일부 음료 가격을 최대 15% 인상한다고 밝혔다.
총 70종의 음료 메뉴 가운데 아메리카노·카페라떼·카라멜마키아또·카페모카·카푸치노·바닐라라떼·화이트초콜릿·민트초콜릿·토피넛라떼·녹차라떼 등 14종의 가격을 평균 10% 가량 인상한다.
이에 따라 아메리카노는 2800원에서 3200원으로,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3200원에서 3700원으로 각각 오르게 된다. 이디야커피가 가격을 인상한 것은 2014년 10월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이디야는 매장 임차료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 가맹점주 부담이 높아지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해 납품가를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주말을 이용해 하루 전에 기습적으로 인상을 발표한 것”이라면서 “당장 다음 날 인상분 가격을 적용해야하는 점주들의 혼란을 생각하지 않은 본사가 ‘가맹점을 위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는 것은 빈약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똑같이 상생을 내세우며 가격인상을 단행한 이디야와 (인상) 발표 시기나 정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BBQ에 대한 의혹이 무게가 실리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