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숙원인 ‘뉴롯데’ 완성을 위한 보폭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미 매각 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선정됐다.
이번 매각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것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하고 지배구조 변경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지주사 설립 2년 이내에 롯데손해보험·롯데카드·롯데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정리해야 한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을 93.78%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카드는 751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카드업계 5위 업체로 지난해 1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손해보험은 손보업계 9위로 지난해 가입자들로부터 걷은 원수보험료는 4조4000억원 규모다.
롯데카드는 2002년 동양카드를 인수한지 16년, 롯데손해보험은 2008년 대한화재 인수 10년 만의 재매각이다.
롯데그룹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더 큰 성장과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최적의 인수자를 신중하게 검토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 등 물류계열사는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회사의 규모는 3조원수준으로 CJ대한통운 등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이 커진다. 롯데지주는 우선 물류 경쟁력을 확보하고 그룹 이커머스(E-Commerce) 사업본부에 최적화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메가 허브 터미널도 구축하기로 했다.
물류산업을 4차 산업혁명 핵심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투자도 강화한다. 상하차·분류기·창고 등을 자동화하고 인공지능으로 물동량 예측, 배차, 적재율을 관리할 예정이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그룹 시너지 확보가 가능한 해외지역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유통 부문에서는 미니스톱 인수에 뛰어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현재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을 포함해 매장이 1만2000여개로 늘어난다. 이는 경쟁사인 CU·GS25와 근접한 수준이다.
뉴 롯데 완성을 위한 보폭은 점차 빨라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10월 8일 8개월만에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은 이틀만인 10일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주식 410만주와 386만주를 2조2274억원에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의 지분 23.24%를 확보하게 됐다.
롯데케미칼의 지주회사 편입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뉴 롯데의 핵심 사안이다. 신 회장은 2015년 8월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작업의 일환으로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해 지금까지 유통·식품·금융 분야 51개 계열사를 편입했다. 74만개에 달했던 순환 출자 고리도 끊어냈다.
내년에 약 12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유통 부문에서는 온라인 역량 강화를 위해 온라인 사업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한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물류시설과 시스템 등 온·오프라인에 걸쳐 유통 인프라를 구축한다. 쇼핑몰 사업도 지속 추진한다.
식품 부문에서는 적극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해 AI 투자를 확대하고 국·내외 설비 개선으로 사업 수익성을 강화한다.
화학 부문은 국내 생산 거점인 여수·울산·대산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예정이다. 해외 역시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원료 지역 다변화를 이루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관광·서비스 부문에서는 해외 인수합병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국내외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와 코리아세븐 상장이 남아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연말 인사를 더해 신 회장이 그룹 지배력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