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도 해외드라마 리메이크는 이어진다. 일본드라마 리메이크작 KBS2 ‘최고의 이혼’, tvN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이 떠난 빈자리를 영국드라마를 리메이크한 MBC ‘나쁜형사’가 메운다. ‘나쁜형사’ 제작진은 지금까지 방송된 리메이크 드라마의 단점을 보완해 더 한국적으로 각색했다고 밝혔다.
‘나쁜형사’는 연쇄 살인마보다 더 나쁜 형사 우태석(신하균)와 매혹적인 천재 여성 사이코패스 은선재(이설)의 위험한 공조 수사를 그린 범죄 드라마다. 영국 BBC 드라마 ‘루터’(Luther)를 리메이크했다.
29일 오후 2시 서울 성암로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MBC 새 월화드라마 ‘나쁜형사’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은 ‘배트맨’ 시리즈와 비슷한 스토리라고 힌트를 줬다.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과 사이코패스 여성이 등장하는 구도가 마치 배트맨과 조커처럼 느껴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드라마를 제작한 BBC 관계자 역시 ‘루터’에 대해 ‘배트맨’을 재해석한 이야기라고 했다. 김대진 PD는 “그 얘기에 용기를 얻었다. 원작보다는 ‘배트맨’ 이야기를 가져가는 게 나도, 시청자들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았다”고 했다.
‘나쁜형사’가 기존 해외드라마 리메이크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도 설명했다. 원작의 한국 현지화 작업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진행한 점이 가장 달랐다. 원작을 잊고 ‘우리만의 드라마를 만들자’는 합의까지 나왔다. 필요한 에피소드는 원작에서 가져다 쓰고, 부족한 부분은 새로운 이야기로 채웠다. 캐릭터도 원작과 많이 달라졌다.
김대진 PD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구매한 작품들은 계약조건이 많이 까다롭다고 들었다”라며 “가격은 비싼데 창작자들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했다고 들었다. ‘루터’는 정서도 다르고 영국드라마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계약조건이 자유로웠고 단가가 쌌다. 루터가 여자만 아니면 된다는 식이었다”라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원작 팬들이 불만을 가질 순 있지만, ‘루터’를 보지 않은 국내 시청자들이 더 많다는 점을 감안했다.
‘나쁜형사’를 이끌어가는 건 배우 신하균과 이설의 몫이다. 박호선, 김건우, 차선우가 두 주연 배우를 거든다.
신하균은 “장르적으로도 뛰어나지만, 사건보다 인물 중심에 맞춰져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수많은 관계와 감정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촬영을 계속할수록 이 사람들이 어떻게 변할까 궁금해지는 매력이 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이설은 올해 개봉한 ‘허스토리’로 얼굴을 알린 신인 배우다. 김 PD는 오디션에서 이설과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꼭 같이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은선재 역할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다. 과감한 결정인 만큼 데스크를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이날 이설은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이왕 그렇게 태어난 것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각오를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이코패스 연기를 위해 다양한 유형과 사례를 공부하거나, 신하균의 다양한 표정 사진을 출력해 집에서 연습하기도 했다. 이설은 “은선재의 매력을 저만의 모습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쁜형사’는 MBC 월화드라마 ‘배드 파파’ 후속으로 다음달 3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