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본 걸까. 영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를 보고 나오는 길에 혼란이 찾아왔다. 신나는 음악 영화와 묵직한 이념 영화 두 편을 한 번에 본 느낌이었다. ‘음악 영화를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조금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교차했다.
‘스윙키즈’는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이후 거제도에 포로수용소가 만들어진 과정을 요약하며 시작한다. 미군 주도로 만들어진 포로수용소에는 중공군과 북한군, 잘못 끌려온 한국군까지 다국적 포로들로 가득하다. 그곳에 새로 부임한 소장이 홍보를 위해 흑인 하사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에게 탭댄스 팀을 만들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그곳에 모여든 건 인민 영웅 로기수(도경수)와 4개 국어에 능통한 양판래(박혜수), 아내를 찾는 강병삼(오정세), 영양실조 춤꾼 샤오팡(김민호)이 전부. 잭슨과 각자의 사정을 품고 있는 탭댄스 팀 ‘스윙키즈’는 크리스마스 공연을 위해 실력을 키워간다. 하지만 테러를 감행하는 북한 포로들에 의해 이들의 운명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국전쟁이 진행되던 도중의 포로수용소라는 독특한 시공간적 배경이 매력적이다. 다양한 국적, 인종을 가진 인물들이 춤이라는 공통점으로 얽히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흥겨운 음악과 춤, 다양한 상황극들이 이야기의 빈공간을 적절히 메운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터지는 코미디와 다양한 캐릭터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감독의 노련함도 빛난다.
하지만 중반 이후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며 영화의 색깔이 반전된다. 잊고 있던 전쟁의 그림자가 영화 속 인물들을 넘어 영화를 보는 객석까지 잠식한다. 시종일관 사랑스러운 ‘스윙키즈’ 멤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념 문제로 고통 받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봐야 한다. 인물들의 무력감은 우리가 잊고 있던 전쟁의 진짜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머리까지 삭발한 도경수의 열연이 단연 눈에 띈다. 절도 있는 춤사위는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눈빛만으로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배우들이 5개월 동안 연습했다는 탭댄스 무대와 각 상황에 맞는 촬영도 눈여겨 볼만 하다. 12세 관람가. 오는 19일 개봉.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