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시행을 불과 이틀여 앞둔 가운데 중견기업과 소상공인들로부터 제도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정부가 생계 수단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기존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결을 같이하지만 ‘강제성’이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경우 대기업의 신규 시장 진출 등이 금지되지만 이를 어길 경우 권고 수준에 그쳐 규제로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어왔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 해당 부문에 대해 대기업 등이 사업확장·신규출점 등으로 규제를 어길 경우 매출의 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한다.
따라서 처음 밑그림이 그려졌을 때에는 대·중소기업간의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행을 앞두고 해당 제도가 취지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됐던 73개 업종ㆍ품목이 우선 선정될 예정으로 김치와 장류, 두부 등 식품분야가 40%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중국산 김치의 범람으로 사실상 ‘안방’을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1조원대에 달하는 국내 기업간 거래(B2C) 김치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80% 이상에 달한다. 사실상 국민들이 외식을 통해 섭취하는 김치의 대부분이 중국산 김치인 셈이다. 중국산 김치는 30% 수준에 불과한 값싼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을 매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두부와 막걸리, 발광다이오드(LED)의 선례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2011년 두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시장에 진출해있던 대기업들의 투자가 중단돼자 콩 사용량이 줄어들며 농가 피해로 연결됐다. 전체적인 수매량이 줄고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국산콩을 사용한 두부에 한해 적합업종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막걸리 역시 적합업종 지정으로 시장이 위축돼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26만㎘였던 막걸리 출고량은 막걸리 붐에 힘입어 2011년 46만㎘ 수준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소규모 양조장들의 반발로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면서 내수량은 급격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3년 37만㎘였던 출고량은 지난해 27만㎘로 줄었으며 수출금액도 75% 폭락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2015년 막걸리를 전면적으로 적합업종에서 제외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2011년 발광다이오드(LED) 업종 역시 2011년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 진출이 멈춘 사이 해외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해 국내 기업들이 고사됐다.
이밖에 ‘기준’에 대한 목소리도 상이하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시행령'에는 신청단체의 소상공인 비율을 30%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연합회는 신청단체 기준이 과도하게 낮다며 소상공인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인 소상공인·중소기업이 아닌 ‘무늬만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행 세부 지정 기준도 문제다. 현행 적합업종 기준은 사업체 규모와 소득의 영세성, 안정적인 보호의 필요성,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고 있다. 사업체 규모와 소득의 영세성 등 평균 매출과 영업익이 고려돼야하지만 구체적인 수치 등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위축이 결정된 상황에서 대기업은 물론 기존의 중견기업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소기업이 차지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는 안일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서는 경쟁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