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소주 브랜드 ‘푸른밤’ 육성을 위한 본격적인 착수에 나섰다.
지난달 신세계그룹은 2019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출신인 우창균 제주소주 겸 신세계L&B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신세계그룹이 단행한 9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 가운데 외부인사는 우 대표가 유일하다.
1961년생인 우 대표는 1986년 12월 두산그룹 동양맥주 입사를 통해 주류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인터브루 오비맥주, 두산 주류부문을 거쳐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에서 영업·마케팅 경험을 쌓았다. 우 대표는 두산 근무 당시 소주 ‘처음처럼’을, 롯데주류에서는 ‘클라우드’ 기획과 시장 안착에 공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임은 신세계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장기적인 주류부문 육성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세계L&B와 제주소주의 공동 대표이사직 선임은 우 대표에 대한 신임을 보여주는 인사라는 것이 중론이다.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한 신세계는 ‘푸른밤’을 출시하며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제주도의 풍경과 감성을 신제품 브랜드에 녹여내고, 청정 화산암반수로 만들었다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초정밀 여과과정을 도입해 맛을 다듬고 역한 알콜 향을 줄여 차별점을 뒀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양분하고 있는 국내 소주시장에서의 부침은 예견된 일이었다. 실제로 푸른밤은 출시 1년만에 800만병 판매를 돌파했지만 ‘세 번째 소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다.
다만 이마트와 이마트24 등 유통계열사를 통한 판로확대의 길이 열려있다. 따라서 소주 영업·마케팅 전문가인 우 신임대표를 통해 시장 안착과 활성화에 주력한 뒤 이후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8년 신세계그룹의 주류사업 첫 단추로 설립된 신세계L&B는 이러한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2009년 52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517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신장했다. 매출대비 부족한 영업이익으로 수익성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국내 와인업계 1위였던 금양인터내셔날이나 5위였던 길진인터내셔날 등이 각각 매각·파산하는 악화일로의 시장 상황을 볼 때 선방하는 그림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시 초기 ‘세 번째 소주’로 성장하기 위한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경쟁사 대비 부족한 영업력과 마케팅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참이슬과 처음처럼과의 경쟁을 거론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소주 부문 영업과 마케팅 전문인 우 대표의 선임과 모그룹인 신세계그룹과 유통계열사 지원을 통한 성장 발판은 갖춰진 상태”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