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고 있으면 취업 마라”…이상한 취업지원정책

“알바하고 있으면 취업 마라”…이상한 취업지원정책

기사승인 2018-12-14 03:00:00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부터 일자리를 강조하며 청년 일자리 대책 등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정부의 대표적인 취업 지원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일각에서 취업성공패키지가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지원하는 제도가 아닌, 청년들의 높은 실업률을 눈가림하기 위한 가림막으로써 제도가 기능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취업‘금지’패키지?

취업성공패키지는 저소득 취업취약계층에 대해 개인별 취업활동계획에 따라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정부의 취업 지원 정책이다. 취업한 경우 취업성공수당을 지급함으로써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한다. 지원대상자별 취업역량 등에 대한 진단을 토대로 단계별(1단계 진단·경로설정, 2단계 의욕·능력증진, 3단계 집중 취업알선)로 취업지원이 이뤄진다. 

하지만 취업성공패키지 2단계 전형 중 하나인 내일배움카드제가 주 15시간 미만의 아르바이트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취업성공패키지 1단계와 3단계의 경우엔 주 30시간 미만의 근로는 허용이 되고 있다. 내일배움카드제를 이용해 2단계에 참여할 경우 주 15시간 미만의 1개월 이상의 근로행태가 행해지면, 구직자가 아닌 근로자로 취급돼 취업성공패키지 신청 자격이 박탈된다. 주 30시간 이상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취업자로 본다는 것.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최모씨(27세)는 신림에서 거주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이다. 그는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고자 취업성공패키지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 그는 내일배움카드제를 통해서도 취업성공패키지 이용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용노동부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하지만 현재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로 인해 신청할 수 없는 자격이었다.

최모씨는 “고용노동부의 사이트를 보면 취업성공패키지 2단계에서 내일배움카드제를 통한 신청도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며 “규정대로라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을 아르바이트를 하면 신청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취업성공패키지에서 수강비뿐만 아니라 훈련수당을 월 30만원가량 지원해준다고는 하지만, 알바 없이 이 돈으로는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지금 살고 있는 반지하 방 월세만 하더라도 25만원이다”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다른 취준생 김모씨(28세)도 “시간과 관계없이 고용보험 가입이 되어 있는 아르바이트의 경우 신청 자격이 되지 않는다”라며 “그래서 일부러 4대 보험 등록을 안 하고, 3.3% 세금만 떼면서 일용직 근로자 형식으로 일하게 해달라고 업체 측에 부탁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다”고 지적했다.

◇“실업률 낮추기 위한 속임수” vs “기금조달처 달라 어쩔 수 없어”

일각에서는 내일배움카드제가 청년들의 구직을 위함이 아니라, 단순히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제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시간 미만으로 일해야만 한다면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보완책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모씨는 “내일배움카드제가 청년들의 구직을 위함이 아니라, 단순히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지표로써 기능하는 것 같다”며 “이같은 제도상의 허점들이 원천징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경기지부 김강호 위원장은 “1인가구로 생활하고 있는 청년들의 경우 월세 등 생활하는데 필수적으로 나가는 돈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알바시간을 제한한다는 것은 청년들의 삶의 방식과 상당 부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5시간 미만으로 일한다고 하면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협소하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패키지에 필요한 재원은 고용보험기금이 아니라 일반회계 예산으로 집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고용보험을 통해 재원을 지원받는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한  사람들에 한해서는 그러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 15시간 일을 하는 사업장은 4대 보험 가입이 의무다. 또한 해당  근로자에게는 일주일마다 1일치 유급 휴일 수당을 줘야 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내일배움카드는 고용보험 가입 규정 중 하나인 주 15시간 근무 기준을 바탕으로 이보다 미만이면 구직자용, 이상이면 근로자용으로 카드 종류가 나뉜다”라며 “내일배움카드제가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니 원칙적으론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모든 근로는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업성공패키지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의 고용보험 기금이 아닌 일반회계 예산으로 집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2단계에서 고용보험과 관련된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한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취업성공패키지 2단계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이 꼭 내일배움카드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일배움카드는 여러 경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올해만 보더라도 내일배움카드제 예산이 지난해보다 늘었다”라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내년에도 올해보다 예산을 더 늘려서 보다 많은 분들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1일 2019년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일배움카드 발급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내년 기존 재직자 가운데 고용보험 미가입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10만명)와 45세 미만 대기업 저임금 노동자에게 내일배움카드를 신규 발급할 예정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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