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산란일자 표기 의무시행일 불과 3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농가와 정부의 마찰이 거세지고 있다.
14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개정 ‘축산물의 표시기준’ 고시에 따라 양계농가는 내년 2월 23일부터 달걀 난각에 산란월과 일을 표기해야한다.
이는 지난해 일명 살충제 달걀 파동이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후속조치다.
그러나 시행이 다가오면서 일선 농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산란일자 표기를 의무화할 경우, 소비자에게 막연한 불안감이 심어져 멀쩡한 달걀을 폐기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양계협회를 비롯한 산란계 농가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식약처의 산란일자 표기 및 식용란선별포장업 철회 궐기대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와 난각 산란일자 표기는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해 농가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양계협회는 “정부의 계란 안전성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난각 산란일자 표기의 철회를 요구했다.
통상 달걀은 상온에서 3주, 냉장에서 8주간 유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상온-냉장-상온 등 보관환경이 변하거나 열 등에 노출될 경우 품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산란일자 외에도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다 의미다.
농가 등은 소비자가 산란일자만 보고 달걀의 신선도를 판별하기 어려우며, 이는 오히려 소비자들을 잘못된 정보에 매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즉 소비자들이 최근에 생산된 달걀만을 구매할 경우 품질에 문제가 없는 달걀임에도 폐기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생산된 달걀이 곧바로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판매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산된 달걀은 유통상인이 농가에 방문하기 전까지 보관하게 된다. 매년 겨울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이유로 이동제한이 걸릴 경우 열흘 이상 묶이는 경우도 있다. 유통기한상 또는 제품 품질에 문제가 없음에도 ‘신선식품’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탓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러한 연유로 난각에 산란일자를 표기했던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소비자 혼란과 유통상의 문제로 산란일자 대신 유통기한 표기로 제도를 바꾼 바 있다.
따라서 농가 등은 난각 표기보다,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냉장유통(콜드체인시스템) 구축과 확대가 우선돼야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평택에서 산란계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67) 씨는 “산란일자 표기보다는 유통기한 표기가 현실적인데도 (정부가) 알아듣지 못해 답답하다”면서 “(산란일에서) 날짜가 일주일만 지나도 안 사서 헐값에 팔거나 내다버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면 산란일 난각표시보다 냉장유통을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