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양적 공급에만 치중했던 공공주택 정책의 패러다임과 원칙을 대폭 전환한다. 서울시는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임대주택 공급량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도시 재창조의 관점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과 미래도시 전략까지 고려한 새로운 공공주택 모델을 제안했다.
이에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 혁신방안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면서도,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효과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임대주택과 동시에 자가 소유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공공분양도 함께 이뤄져야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서울시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은
서울시는 26일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을 내놨다. 혁신방안은 ▲주민편의 및 미래혁신 인프라 함께 조성 ▲도심형 공공주택 확대로 직주근접 실현 ▲도시공간 재창조 ▲입주자 유형 다양화 ▲디자인 혁신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지난 19일 국토교통부와 공동 발표한 8만호 추가 공급물량의 공공주택에 이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우선 공공주택을 지을 땐 주민편의시설이나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미래혁신과 직결된 창업시설 등의 인프라를 함께 조성할 계획이다.
또 도로 위 같이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공간에도 주택을 공급, 새로운 주거트렌드를 선도하고 도시공간을 재창조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외곽지역에 입지했던 공공주택을 경제활동이 집중되는 도심형으로 확대해 직주근접도 실현한다.
아울러 인적 구성원을 다양화하는 소프트웨어적 혁신도 병행한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주체와 협력해 직장인, 신혼, 중산층도 함께 사는 공공주택을 공급,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소셜믹스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네덜란드의 큐브하우스, 싱가포르의 인터레이스처럼 단조로운 디자인을 지양하고 공공주택 자체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디자인을 혁신하고 다양화한다.
박원순 시장은 "기존의 공적 임대주택 24만호 공급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도심을 비롯한 기성 시가지를 활용해 공공주택 혁신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집은 사고파는 것이기 이전에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립하고, 지속가능한 주거 안정을 이뤄나간다는 항구적 목표를 중단 없이 이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인 방향성 동의하지만 낙관 어려워”
업계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 혁신방안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면서도,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효과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자가 소유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공공분양과 관련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심교언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는 “2022년도까지 5만5000호 가량의 추가공급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집값 안정화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낙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과거 행복주택을 지을 때 주민들의 반발이 극렬했듯이 이번 방안도 추진되는 과정에 있어서 반발이 예상되고, 예상 시일보다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현재 주민들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통한 대규모 물량 공급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공공임대주택 개발 과정에서 피해보는 시민들이 나올 수 있다”며 “이들을 위한 보완책 마련을 함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리서치 전문업체 부동산인포 권일 팀장은 “공공임대주택 수를 늘리는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며 “이번 혁신방안에서 발표한 부지들을 살펴보면 문제되는 바가 전혀 없을 것으로 보여 착공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당초 공급량이 서울 거주 수요를 만족시키기에 적은 편”이라며 “차고지나 도로 위에 지을 경우 매연이나 소음 등과 같은 문제로 지역 주민 및 수요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결국 임대주택 공급과 동시에 수요자들의 자가 소유 욕구를 무시하지 않은 공공분양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공공임대주택 공급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신혼부부냐 기초생활수급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준들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만약에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공급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면, 창업지원센터 등과 같은 인프라 시설은 크게 관련이 없을 것이다”라며 “임대주택 대상 선정이 먼저 돼야 하고. 그에 따라 대응 기준들을 세워서 공급해야한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