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은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꼽았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다가오는 내년에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중단 없이 추진되길 바란다는 학계의 당부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무술년(2018년)을 보내고, 기해년(2019년)을 맞이하기 전 건설업계의 주요 이슈를 돌아봤다.
올해 건설업계에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의 영향을 받으면서 다사다난했다.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인해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고, 라오스 댐 붕괴 사고로 인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라돈사태가 건설업계로 번지기도 했으며, 분양원가를 둘러썬 건설사와 시민단체간의 갈등도 존재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접경지·건설주 '들썩’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경협이 본격화되면 도로망 구축, 주거여건 개선, 산업단지 조성 등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협주인 건설업종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건설업종은 올해 들어 11% 넘게 오르면서 23개 업종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견건설사, 재건축·재개발사업 약진
올 상반기 재개발·재건축시장에서 호반·한양 등 중견건설사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정비사업 수주전 과열 경쟁 후 대형 건설사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수주 공세를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재개발·재건축사업 수주액은 4조원을 웃돈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대형사들을 포함한 전체 시장 규모의 40%에 달하는 액수다.
◇SK건설 쌓아올린 라오스 댐 붕괴
지난 7월 SK건설이 2012년에 수주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 보조댐이 무너지면서 주변 마을을 덮쳐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안재현 SK건설 사장과 임직원들이 현지로 급파됐고 피해 복구와 원인 규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가적 재난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도 싱가포르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라오스 총리를 만나 댐 사고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막 오른 주 52시간 근무 시대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 시대가 막을 올렸다. 앞으로 하루 8시간씩 5일, 여기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52시간이 1주에 일할 수 있는 최대 노동시간이 된다. 기존 68시간에서 16시간이 줄어든 것. 이에 건설업계는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응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늘리는 방식으로 근무체계를 바꿨다. 탄력근무제와 교대근무 등을 도입하고, 현장은 추가 근로 시간에 따른 휴가를 늘렸다.
◇건설업계까지 퍼진 라돈사태
10월 국내 대형건설사인 P사가 지은 전북 전주의 한 신축아파트 욕실에서 기준치의 25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대진침대의 라돈 검출을 기점으로 라돈사태는 아파트 내장재로 이어져 건설업계까지 퍼졌다. 입주민들은 건설사에 내장재 교체 보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건설사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 둘 사이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라돈은 무색·무취·무미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 물질로 흡연에 이어 폐암 발병율 2위로 꼽힌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된 여성건설노동자
사회 전반적으로 미투운동이 퍼지면서 건설업계 내 여성 노동자 인권 문제도 재조명됐다. 11월 기준 통계청의 건설업 여성 임시 및 일용근로자 성별현황에 따르면, 건설업에 종사 중인 여성노동자 수는 2014년 2만7895명, 2015년 3만7461명, 2016년 5만7583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건설노동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의 목소리가 커졌다.
◇사회간접자본(SOC)예산 대폭 감소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올 3분기 누적 공공 수주 총액은 26조773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9.2% 축소됐다. 민간 수주 총액은 81조1745억원으로 3.7% 줄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었다. 올해 정부 SOC 예산은 19조원으로 지난해보다 3조1000억원(14.0%) 줄었다. 내년 SOC 예산도 18조5000억원으로 더 줄였다. 건설업계는 이같은 예산 축소가 수주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상위 10개 건설사의 3분기 누적 수주 실적은 60조59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68조5976억원)보다 8조48억원(11.7%) 줄어든 것.
◇분양원가공개하면 집값 거품 빠지나
11월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에서 공급하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늘리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민단체들은 상세한 공사비 공개 내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라는 가격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격 하락 효과는 크지 않고, 새로운 기술혁신에 대한 동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기도시공사는 10억원 이상 공공건설공사 원가공개를 한 데 이어,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분양한 아파트의 공사 원가도 공개했다.
◇미분양 4년 만에 최대치
올해 11월 말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이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말 기준 건물이 완공되고 나서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1만6638가구로 전월의 1만5711가구보다 5.9%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9월 1만4946가구에서 2개월 연속 늘며 2014년 10월 1만7581가구 이후 4년1개월 만에 가장 많아졌다.
◇현대·대우 등 건설사 재건축·재개발 수주 비리
주택 호황기에 재건축·재개발이 늘면서 건설사들은 치열한 수주경쟁을 했다. 경찰은 지난해 강남권 수주전에서 비리가 만연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해 올해 건설사들을 압수수색했다. 그 결과 지난 12월 11일 경찰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롯데건설의 임직원 일부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했다. 이들 건설사는 현금과 고급 호텔 숙박, 명품 가방 등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