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 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오는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 농단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7개월 만인 오는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며, 이제 조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40여 차례 ‘공모자’로 등장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헌법재판소의 내부 기밀을 유출하고 비판 성향 법관에게 인사 불이익일 주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절차에 개입하는 등 관련 혐의만 수십 가지에 달한다.

강제징용 재판 지연 과정에서 김앤장 측 변호사를 자신의 집무실에서 독대하는 등 직접 관여 의혹도 상당수 드러났다.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 실무자인 임종헌 전 차장의 혐의들이 박병대·고영한 전 처장에게 분리 적용됐었다면, 사법부 수장이던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다시 아우르는 전체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첫 조사인 만큼 최대한 예우를 갖추겠다면서도 통상 범죄 수사 절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제기된 혐의가 방대한 만큼 두 차례 이상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