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는 왜 뒤늦게 발포주 시장에 진출했을까

오비맥주는 왜 뒤늦게 발포주 시장에 진출했을까

기사승인 2019-01-18 01:03:00

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 ‘필라이트’에 이어 두 번째로 발포주 ‘필굿’을 출시한다. 소비침체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발포주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발포주 경쟁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하이트 이어 오비까지… 커지는 발포주 시장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다음달 발포주 ‘필굿’을 선보인다. 알코올 도수는 4.5도로 풍미를 더해주는 아로마홉과 크리스탈 몰트를 사용했다. 소비자들이 맥주와 혼동하지 않도록 제품 패키지 전면에 ‘Happoshu(발포주의 영어표기)’라는 문구를 표기했다.

필굿은 오비맥주 이천공장에서 355㎖, 500㎖ 캔 두 종류로 생산한다. 일반 주류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발포주 특성을 살려 대형마트 기준 ‘12캔 1만원’ 마케팅에 나선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수차례의 사전 조사를 통해 발포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유 연상 이미지를 제품 콘셉트에 최대한 반영했다”며 “패키지 디자인은 카테고리의 일관성을 보여주면서도 소비자 만족을 높이기 위해 더욱 차별화한 맛과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국내 주류시장에서 처음으로 발포주를 선보인 곳은 하이트진로다. 2017년 4월 가장 먼저 발포주 ‘필라이트’를 선보이면서 시장을 선점했다. 이후 추가로 선보인 필라이트 후레쉬를 포함해 1년 6개월만에 4억캔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비맥주의 발포주 시장 진입은 성장이 둔화된 국내 맥주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출시 당시 ‘맥주시장을 교란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맥주시장 규모는 3조9078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산맥주 출고량의 경우 182만3899㎘로 2013년 대비 1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기간 수입맥주 출고량은 9만4543㎘에서 32만6978㎘로 245% 폭증했다.

가정용 맥주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3년 95%를 차지했던 가정용 시장에서의 국산맥주 비중은 지난해 74%까지 떨어졌다. 빈 자리는 수입맥주와 발포주가 차지했다.

다만 오비맥주 필굿이 발포주 시장에서 선전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필라이트가 2년 가까이 먼저 출시돼 ‘시장 선점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필라이트의 ‘12캔 1만원’ 마케팅과 동일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만큼 기존 고객층을 뺏어오기 쉽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주류 역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이미 자사 맥주 제품인 ‘클라우드’와 ‘피츠’가 있는 만큼 발포주를 출시하게 될 경우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으로 역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정용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매대’를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 등 롯데계열사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단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일선음식점을 포함해 전 유통채널에 공급되는 기존 맥주와는 달리 발포주는 편의점·마트 등에 판매처가 한정되기 때문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아직까지 발포주 출시와 관련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맥주와 발포주 가격은 왜 차이가 날까

발포주와 맥주의 가장 큰 차이는 맥아 함량이다. 맥주는 맥아와 보리, 호프, 물 외 법정으로 정해진 원료로만 만든 제품으로 맥아 함량이 67% 이상된 주류를 말한다. 발포주는 맥아와 보리, 호프, 물 외 법으로 정해진 원료로만 만들어야같은 기준으로 맥아 함량이 66% 이하인 제품이다.

발포주는 1995년 경기침체가 극심했던 일본에서 처음 출시됐다. 이밖에 맥아와 보리 외에 원료를 주로 사용한 제품을 ‘제3맥주’로 칭하기도 한다. 최근 10년간 일본 맥주시장에서 발포주와 제3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국내 시장에서 발포주가 급성장한 것은 기존 제품 대비 40% 가까이 저렴한 가격이다. 예를 들어 출고가 1000원인 맥주의 경우 주세 72%, 교육세 30%, 부가세 10%가 부가돼 2222원에 된다. 여기에 기타 운송비, 보관비 등이 추가돼 실제 소비자가 마트에서 맥주를 구매할 때 가격은 더 늘어난다.

그러나 맥아 함량이 66% 미만인 발포주의 경우 ‘기타주류’로 분리돼 주세 30%, 교육세 30%, 부가세 10%로 최종 1760원이 된다. 일반 맥주와 500원 가량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다만 이는 출고가 1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값이 뿐 실제 필라이트 출고가는 이보다 더 낮아 500㎖ 기준 977원에 불과하다. 필라이트가 ‘12캔에 만원’ 슬로건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발포주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맥주와 맛이 크게 차이나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면서 “오비맥주의 시장 진출로 인해 발포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