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SKY 캐슬’을 재미없게 보는 방법

[친절한 쿡기자] ‘SKY 캐슬’을 재미없게 보는 방법

‘SKY 캐슬’을 재미없게 보는 방법

기사승인 2019-01-18 06:00:00


‘진짜 스포일러’가 나타났습니다. 14회 방송 이후 한동안 스포일러로 몸살을 앓던 JTBC ‘SKY 캐슬’이 이번엔 대본 유출 사고를 겪었습니다. 제작진도 대본 유출을 인정하고 강경한 대응 의사를 밝혔죠.

하지만 이상합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그렇게 궁금해 하던 방송 내용이 유출됐는데 새로운 스포일러는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방송을 통해 직접 볼 거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SKY 캐슬’의 대본이 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16일 오후였습니다. “인기 드라마 'SKY 캐슬'의 17회 대본이 통째 유출돼 비상이 걸렸다. 제작진이 유출 경로를 파악 중”이라고 YTN Star가 보도한 것이죠.

본 방송을 이틀 앞두고 ‘스카이캐슬 17회’는 곧바로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습니다. 유출된 17회 대본은 34쪽 분량의 완성본으로 알려졌습니다. pdf 형식이고 제목이 적힌 첫 장 하단에는 극 중 노승혜(윤세아)와 차민혁(김병철)의 쌍둥이 중 둘째로 나오는 ‘차기준’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차기준 역할을 배우 조병규가 연기하고 있죠. 17회 대본과 함께 18회 대본도 유출됐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SKY 캐슬’ 제작진은 대본 유출 사실을 빠르게 인정했습니다. 제작진은 16일 오후 8시 쯤 보도 자료를 통해 “드라마에 대한 화제성과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내용 유출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방영본의 대본이 유출됐음을 확인했으며, 이에 시청자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재 유출 경위를 상세히 조사 중”이라며 “시청자 여러분들의 시청권 보호를 위해 해당 내용의 무단 유포자들을 대상으로 강력히 법적 책임을 묻겠다. 추가 유포를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죠.

하지만 이번 사고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인 17일까지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머물며 이슈가 장기화됐습니다.

이에 제작진은 다시 한 번 대본 유출에 대한 추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17일 오후 제작진은 17일 “시청권 보호를 위해 대본 불법 유포를 강력하게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온라인에 대본이 유포되고 있다”며 “‘SKY 캐슬’ 제작진은 대본 불법 유포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사를 의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불법 대본 유출 및 유포는 작가 고유의 창작물인 대본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고, 본 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들과 제작진의 사기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경찰서 사이버 수사대에 의뢰해 대본 최초 유포자 및 중간 유포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한 뒤, 엄중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다. 불법적인 파일 유포가 심각한 범법 행위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린다”라고 경고했죠.

소설이나 드라마의 다음 내용을 궁금해 하는 호기심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는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지시로 비서인 앤디(앤 해서웨이)가 ‘해리포터’의 미완성 원고를 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앤디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불가능할 것 같은 미션을 완수해내죠.

하지만 모두가 그 정보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일러는 누군가의 권력을 증명하는 용도로 이용될 때가 있습니다.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미리 얻어서 자신의 우월한 능력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인 거죠. ‘SKY 캐슬’의 시청자들이 스포일러에 몰두한 것도 비슷합니다. 일종의 놀이처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결말 스포일러를 찾으며 다음 방송까지의 시간을 보낸 것이죠.

하지만 범죄라는 인식 때문일까요. 시청자들은 대본 유출 사고에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댓글에선 “기다렸다가 본방으로 보는 게 훨씬 재밌다”거나 “시청률엔 영향 없을 듯”이란 반응이 나왔습니다. 대본이 아니더라도 “연기, 연출, 음향 너무 훌륭해서 상관없다”는 댓글도 달렸죠. ‘SKY 캐슬’ 스포일러 관련 내용도 예전처럼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었던 대본 유출 사고는 오히려 ‘SKY 캐슬’을 향한 시청자들의 믿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대본을 미리 보는 것이 드라마를 더 재미없게 감상하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본 유출이었을지 경찰의 수사 결과가 궁금해지네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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