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파생상품 거래에서 고객인 기업들에게 제시할 가격을 사전에 담합한 혐의로 ‘도이치·제이피모간체이스·한국스탠다드차타드·홍콩상하이’ 등 4개 외국계 은행에 대해 시정명령과 6억93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화스왑·선물환·외환스왑 등 외환파생상품 거래에서 사전에 가격을 합의한 도이치은행,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홍콩상하이은행에게 이같은 제재를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정위는 4개 외국계 은행이 2010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일곱 차례의 외환파생상품 거래에서 5개 기업 고객에게 제시할 가격을 합의한 사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은행들의 외환파생상품 거래 관련 담합은 2가지 유형으로 이뤄졌다. 우선 해당 은행들은 고객이 동일한 거래조건의 외환파생상품 물량을 나누어 다수의 은행과 거래하는 경우, 가격 경쟁 방지와 거래 가격을 높일 목적으로 동일 또는 유사한 가격을 제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해당 은행들은 2010년 5월4일 ‘엔/원 통화스왑’과 2011년 11월4일 ‘달러/원 선물환’ 거래에서 고객에게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제시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은행들의 제시 가격이 서로 다를 경우 고객은 높은 가격을 제시한 은행에게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한 은행의 거래물량을 줄이고 낮은 가격을 제시한 은행의 거래물량을 늘일 수 있으므로 은행들은 가격담합의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고객이 여러 거래후보 은행 중 하나의 거래은행을 선정하는 경우, 은행들은 특정 은행이 고객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0년 3월26일 등 총 다섯 차례 실시된 선물환·외환스왑 거래에서 도이치은행은 홍콩상하이은행 및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이들보다 불리하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제시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공정위는 또 은행 영업직원들은 고객으로부터 가격제시를 요청받은 경우 평소 친분관계가 있던 타 은행의 영업직원에게 메신저 또는 유선 등으로 연락해 거래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4개 은행의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 동일 거래를 요청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가격제시 방안을 협의하고 거래진행 과정에서 가격에 관한 정보를 메신저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식 등으로 합의를 실행했다.
특히 공정위는 “이 사건 담합에 가담한 영업직원들은 과거 같은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동일 고객에 대한 영업활동 과정에서 알게 되는 등 사적인 친분관계가 두터운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담합을 촉진하는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담합으로 외환파생상품 거래에서 고객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초래했다고 봤다. 실제 공정위에 따르면 2010년 5월4일 통화스왑 거래에서 도이치은행은 당초 4.28%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으나 홍콩상하이은행과의 합의에 따라 타 은행들의 제시가격(4.30%)과 유사한 수준인 4.28%로 가격을 수정해 다시 제시했고 최종 거래가격은 4.30%로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고객들은 보다 경쟁력있는 가격에 거래할 목적으로 다수 은행이 제시한 가격을 비교 후 거래은행을 선정하고자 했으나 은행들이 사전에 가격 및 거래은행 등을 합의함으로써 고객들의 의사결정 및 해당 시장에서의 경쟁이 저해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공동행위(담합)에 참여한 4개 외국계 은행들에게 재발방지와 가격정보 공유 금지명령 등의 시정명령과 6억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외환파생상품에 대한 담합을 제재함으로써 은행들 간 가격 경쟁을 촉진시키고 외환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고객들의 이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공정거래에 대한 은행 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영업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내부통제장치가 마련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어] 외환파생상품=외환거래에 수반되는 환율변동 및 이자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hedge)하 위해 거래되는 금융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