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보안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작 업계에서는 미국의 지나친 횡포란 의견이 나온다.
최근 미국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미국의 제재 또는 수출 통제 법률을 위반한 중국 통신장비 기업에 자사 반도체 칩과 부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화웨이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화웨이 제품에 사용자의 정보를 빼내는 ‘백도어’가 심어져 있다며 동맹국들에 화웨이 배제 동참을 촉구한 것이다. 이후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화웨이 배제를 공식화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조기 상용화를 앞둔 한국도 논란에서 예외는 아니다. SK텔레콤과 KT는 5G 통신장비 업체 명단에 화웨이를 넣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화웨이 카드를 포기한 데는 보안 이슈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다. 결국 LG유플러스만 4G LTE에 이어 5G에서도 화웨이와 손잡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화웨이 논란이 중국과 미국 간 힘겨루기라고 보고 있다. 백도어가 발견된 적도 없을뿐더러 화웨이는 언제든 각국의 조사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정보 유출의 가능성은 극히 낮다. 통신장비는 무선 기지국 장비와 유선(코어, 전송) 장비로 나뉜다. 기지국 장비와 전송 장비는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정보가 지나가는 통로인 셈이다. 정보 취급을 담당하는 것은 코어 장비로 가입자 식별과 매칭 등을 맡는다. 정보 유출의 우려가 높은 장비이기도 하다.
LG유플러스는 5G를 서비스할 때 코어 장비는 삼성전자, 기지국 장비는 화웨이 제품을 각각 사용할 예정이다. 기지국 장비만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는 만큼 보안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SK텔레콤과 KT도 4G LTE 서비스에서 화웨이의 전송 장비를 사용 중이다.
만약 화웨이가 자사 장비를 통해 타국의 정보를 유출하려 한다면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우선 통신사가 화웨이의 코어 장비를 써야 한다. 또 장비의 유지보수도 화웨이가 전담해야 한다. 현장에서 5G 장비와 정보를 옮겨 담을 다른 장비를 직접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장비 구축과 관리를 화웨이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하고 있다. LG유플러스에서 정보 유출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G 보안기술자문협의회를 통해 보안 검증에 대한 기술적 자문을 추진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들춰봐도 별것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백도어 문제 역시 실현 불가능한 일임을 장비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안다. 그야말로 정치적인 이슈”라고 말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