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수경 “잘 되고 싶단 욕심을 인정하게 됐어요”

[쿠키인터뷰] 이수경 “잘 되고 싶단 욕심을 인정하게 됐어요”

이수경 “잘 되고 싶단 욕심을 인정하게 됐어요”

기사승인 2019-02-08 06:00:00

배우 최민식은 이 배우의 연기를 보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고 칭찬했다. 배우 정재영은 “나이가 어린데 힘을 빼고 연기하는 법을 안다”고 평했다. 2012년 단편 영화 ‘여름방학’으로 데뷔한 배우 이수경을 향한 찬사다. ‘차이나타운’, ‘특별시민’, ‘침묵’ ‘용순’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온 이수경이 코미디 영화 ‘기묘한 가족’으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모든 등장인물의 개성이 뚜렷해서, 이들이 모이기만 해도 재밌는 얘기가 나올 것 같았어요.” 7일 서울 팔판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수경은 ‘기묘한 가족’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가 연기한 인물은 망한 주유소집 막내딸 해걸. 가족에겐 무뚝뚝하지만, 우연히 집에 들인 좀비(정가람)에겐 각별하다. ‘쫑비’라는 애칭까지 붙여줄 정도다. 이수경은 “나도 친구와 있을 때와 가족과 있을 때가 아예 다르다”며 웃었다.

‘기묘한 가족’은 제목 그대로 기묘하다. 스릴러 영화의 단골 소재를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영화 ‘조용한 가족’과 비교된다. 해걸과 쫑비의 로맨스는 영화 ‘웜바디스’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이수경은 “기존 작품에서 참고를 얻진 않았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게 연기를 따라 하게 될 것 같아서였다. 그는 “극중 상황은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속에서도 최대한 자연스러우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큰오빠 준걸을 연기한 정재영의 조언은 극 중 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좀비와 연기를 하는 건 처음이라…. 게다가 좀비와는 대화가 안 되니까 처음엔 어려웠어요. 혼잣말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저는 저대로, 가람 오빠는 가람 오빠대로 고뇌했죠. 그런데 재영 선배님의 조언 덕분에 (인물의) 타당성이랄까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관한) 정당성을 찾은 것 같아요.” 

이야기는 충청도의 한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충북 보은에서 3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촬영에 임했다. 이수경은 보은을 “이상향 같은 곳”으로 기억한다. “사람이 없고 길도 넓고 한적해 산책하기 좋았다”는 이유에서다. 선배 배우들과 속리산을 다녀온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는 “유년 시절 이후로 등산은 처음이었는데, 남다른 감동이 있었다”고 했다. 

이수경은 ‘영화광’이다. 요즘 가장 즐겨보는 영화는 ‘모아나’.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되돌려 본단다. ‘헬프’를 보면서는 ‘나도 저런 영화를 꼭 찍고 싶어’라고 생각했고, ‘블루재스민’을 보면서는 ‘저런 연기 꼭 해볼 거야’라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그가 연기에 발을 들인 건 자의가 아니라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스무살이 되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저절로 알게 되는 줄 알았다”던 그는 17세에 배우가 됐다. 이수경은 “연기를 하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증명되는 것 같다”며 “그래서 이 직업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15년 개봉한 ‘차이나타운’은 이수경이 연기를 평생의 업으로 삼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그는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수경은 마약에 중독된 쏭을 연기했다. ‘내성적인 네가 이 역할을 해낼 수 있겠냐’는 주변의 우려에도 이수경은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네가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에 둘러싸여 있는 게 제겐 힘든 일이었어요. ‘실제의 나와 연기하는 나는 다른데, 왜 내가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지?’ 싶었죠. 그 뒤부턴 제 약점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게 됐어요. 사람들이 약점을 의식하거나 걱정할까 봐요. 그런 시선을 견디는 게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이젠 제가 쌓아온 것들이 있으니까, 가장 힘든 점은 극복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러는 사이, 늦은 사춘기도 겪었다. 자신이 가진 욕심을 인정하면서부터다. 이수경은 “예전엔 욕심을 내지 않는 게, 지금에 만족하는 게 멋진 것인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더 잘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후련함과 우울감을 동시에 가져왔다. 이수경은 “‘언제쯤 내가 꿈꾸는 모습이 될 수 있을까?’ ‘혹시 내가 너무 높은 이상을 가진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요즘 ‘평정심’에 관심을 두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수경은 “생각이나 감정 모두 적당한 수준을 유지해야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큰일이 닥쳐도 의연한 선배 배우들을 보면서 이수경은 ‘무슨 일을 겪으셨고 어떤 생각을 하시기에 그럴 수 있을까’ 궁금해한다. 동시에 자신 또한, 언젠간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길 바란다. 

“예전에는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사람, 얼굴이 아주 예쁜 사람, 몸매가 아주 좋은 사람을 부러워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지금 행복한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그렇다고 제가 우울하다는 건 아니지만…(웃음), 지금에 행복해하는 법을 찾고 싶어요. 6년 뒤 찾아올 30대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길 바라요. 지금 내가 하는 걱정이 그땐 아무 일도 아닐 만큼.”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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