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언론 매체에선 역전세난, 깡통전세 우려를 보도하고 있다. 이는 모두 전세금 하락으로 인한 현상들이다. 전세금 하락의 원인은 공급은 많은 반면 수요는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1월말 기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1개 시·도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역전세난 문제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집주인 및 세입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점이 다른 점으로 풀이된다.
◇역전세난·깡통전세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전세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돈을 주고 해당 부동산(아파트·원룸 등)을 일정 기간 동안 빌려 쓰는 일 또는 그 금액을 일컫는 말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세입자는 집주인으로부터 맡긴 돈의 전액을 돌려받게 된다. 이 때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되돌려주지 못하게 된 집을 깡통전세라고 한다.
통상 전세금 반환은 다음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금을 이전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입자가 냈던 시기의 전세금보다 새로운 세입자가 낼 전세금이 떨어졌을 경우, 집주인이 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하는 강통전세가 발생하는 것.
역전세난도 마찬가지다. 세입자가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걸 전세난이라고 하는 반면, 역전세난은 집주인이 거꾸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역전세난이나 깡통전세 모두 전세금 하락으로부터 야기되는 현상들이다.
◇전세는 왜 떨어지나요?
쉽게 말하면 집주인들의 전세 공급은 많은 반면 전세를 바라는 세입자 수요는 없기 때문이다. 통상 새 집을 집 주인이 구입할 경우 그 집은 월세나 전세로 나오게 된다. 여기에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잘 해주면 월세를 돌리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게 된다. 대출받은 돈을 가지고 집을 사서 월세로 돌리면 그 수익금으로 대출이자를 갚고 차익을 쉽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에서 대출을 잘 해주지 않으면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늘어난다. 대출을 안 해주니 우선 집을 살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세를 택하는 것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부실 위험이 높은 보증금 대신 월세를 선택한다.
특히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경우 잔금을 납부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대출 ▲전세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납부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다주택자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대출은 더욱 어려워진 상태인 만큼, 집주인들이 전세로 돌리고 있는 것.
◇그래서 전세가 얼마나 떨어졌다구요?
13일 한국감정원의 월간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기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1개 시·도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2년 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보다 2.67% 하락했다.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은 거제시로 –34.98%를 기록했다. 이어 ▲울산 –13.63% ▲경남 –11.29% ▲ 경북 –8.1% ▲ 충남 –8.08% ▲세종 –5.47% ▲충북 –4.01% ▲제주 –3.71% ▲경기 –3.6% ▲강원 –2.62% ▲부산 –2.35%다. 인천광역시는 –0.26%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은 2년 전보다 아파트 전셋값이 1.7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강남 4구만 보면 전셋값은 2년 전보다 0.82% 떨어졌다. 도봉구의 경우 전셋값은 2년 전보다 0.40%나 떨어졌다.
◇과거와 다른 점은?
역전세난 문제는 비단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이번 역전세난이 과거와 다른 점은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들 모두 탈출구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 전세금이 떨어져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모자란 전세금을 내주면 됐다. 그러나 최근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집주인들이 많지 않다. 정부의 대출 규제 때문이다.
특히 지방은 대출규제가 서울 등 수도권 지역보다 덜 하지만,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아 대출을 받기 어렵다. 통상 전세가율이 높으면 부동산 과열의 우려가 제기된다. 반대로 전세가율이 떨어지면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는다고 볼 수 있다.
세입자들도 대출 규제의 대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에는 받지 않던 다양한 대출 규제를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기 집은 세를 주고 본인은 전세를 사는 다주택자는 대출을 받기 어렵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