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발주사 등 다국적기업 책임도 따질 것”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발주사 등 다국적기업 책임도 따질 것”

기사승인 2019-02-13 17:25:10



2017년 5월1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크레인 사고와 관련, 노동단체 등이 발주사‧시공사 등에게도 사고 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마틴 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동자 지원단(노동자 지원단)’과 ‘기업인권네트워크’는 13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크레인 사고 당시 관련 다국적기업들을 상대로 NCP(National Contact Point)에 진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삼성중공업이 맡았던 프로젝트가 ‘마틴 링게’였으며, 공동시공사는 삼성중공업, ‘Technip(프랑스)’, 운영사는 Total Norge(노르웨이), Total(프랑스)사다.

노동자 지원단은 “2년 전 노동절 끔찍한 크레인 사고가 발생해 진상조사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사고 진상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크레인 사고에 대한 국내법적인 책임 추궁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처럼 가볍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사고 원인과 예방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노동자 지원단은 사고 당시 프로젝트와 관련된 다국적기업들에게도 책임을 묻기 위해 NCP 진정을 진행한다고 했다.

OECD는 1976년 다국적기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동규범인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규범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자발성에 기초하고 있어 기업들이 쉽게 무시하기 힘든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게 노동자 지원단의 설명이다.

이를 수락한 국가는 각 국가 내에 국가연락사무소(NCP)를 설치해야 하고, 매년 OECD 이사회에 활동을 보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통상자원부 해외투자과에 NCP가 설치돼 있다.

노동자 지원단은 “삼성중공업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크레인 충돌 사고가 7건이 발생했지만, 설비 개선, 충돌 예방 신호체계 개선 등을 하지 않았다”며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명백한 살인행위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발주사와 공동시공사가 이런 사정을 사전에 알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위험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방법을 찾거나 실행하지 않았다”면서 “발주사와 공동시공사 직원이 현장에 상주하고 있었는데도 위험요소를 상쇄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지원단이 이들 다국적기업에게도 크레인 사고 책임이 있다며 NCP에 진정을 제기한 이유다.

이들 기업은 노동자 지원단이 보낸 공개질의서에 답변을 하지 않거나, 삼성중공업 책임이라고 답변했다.

노동자 지원단은 “NCP 진정을 통해 크레인 사고가 노동자 사고와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용되는 규제기준과 규범을 준수하지 않았음을 밝히고자 한다”며 “또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진정 대상 다국적기업들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상적이고 전시적인 대책이 아닌 발주‧수주‧생산 과정에서부터 노동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대책 마련과 선진적인 노동 안전 기준과 규제가 적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8일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이 사고와 관련한 형사사건 선고가 예정돼 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삼성중공업 회사에 대해 벌금 3000만원을 구형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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