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미국 사회가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초고령 사회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2000년 전체 인구의 7% 이상이 노인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17년만에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다가설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인구가 증가가 전망되는 만큼 사회적인 제도의 손질과 시스템 구축이 선결돼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과정에서 가장 우선돼야할 것이 바로 의식주 문제다. 이미 우리나라는 연금이나 노후복지 등, 나름의 대비를 통해 초고령사회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식(食)에 대한 준비는 미흡하다.
노인이 되면 씹고 삼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식품섭취 감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구강소화에 필수적인 침의 분비는 30대의 절반으로 줄어들며, 결손 치아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곧바로 영양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는 것인 고령친화식품, 즉 실버푸드다. 섭식(영양분을 먹는 과정)·저작(음식을 씹는 행위)소화 등의 장애로 인한 식사량 감소와 영양불균형 감소를 위해 먹기 쉽도록 만든 소화용이식품과 물성연화식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인구의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노인인구를 대상으로하는 만큼 시장 규모는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고령친화식품 시장규모는 지난해 6조4017억원에서 오는 2020년 17조6343억원까지 175.4%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커지는 시장규모와는 달리, 실제로 노인들이 고령친화식품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병원이나 요양원, 혹은 백화점 식품관 등이 아니면 실제로 이러한 고령친화식품을 구입하기 어렵다. 아직 ‘고령의 환자’에게 필요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노인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은 이미 우리나라보다 수년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시장규모와 다양성 모두 후발주자인 우리가 배울만하다. 연하장애(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장애)를 겪고있는 사람을 위한 식품이나 일상식사만으로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노인을 위한 영양보충형 식품, 그 외 간단히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노인용 식품 등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이미 편의점이나 마트에 고령 친화 식품이 매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배달 서비스로도 접할 수 있다.
일본의 민간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노인들이 고령친화식품을 접하게 할까’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들은 노인들이 ‘실버푸드’를 꺼려한다는 사실에 집중해 용어와 제품 카테고리를 넓혔다.
일본은 기존의 ‘개호음식’이라는 명칭이 노인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점을 파악하고 2014년 스마일케어식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선정했다. 그리고 그 유형을 크게는 청색, 황색, 적색의 3가지, 세부적으로는 7~8개로 나누어 접근성을 강화했다.
제품에 파란색 마크는 씹기·삼키기에 문제는 없으나 건강 유지에 영양을 필요할 경우, 노란색 마크는 씹는 데 문제가 있을 경우, 빨간색 마크는 삼키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으로 구분해 노인들이 상황에 따라 취사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일본에서 출시되고 있는 고령친화음식은 ‘65세 이상’ 이라든지, ‘먹기 불편한’ 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제외돼있다. 반대로 ‘조금 부드러움’, ‘작은 사이즈’ 등, 거부감이 없는 형태로 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고령자를 위한 음식이 아니라 식사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는 전 연령대를 아우르게 하기 위함이다.
일본 편의점에서는 매대에 일반 음식과 함께 진열하고 있으며, 고령자나 부드러운 반찬이라는 특징을 강조하지 않고 단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고령자의 경우 한번 구매하면 재구매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령자에게 연령을 의식하지 않는 ‘일반식보다 조금 부드러운’ 상품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노인들은 스스로가 노인임을 거부하고 있다. 법적 ‘노인’을 70세 이상으로 올려야한다는 논의가 이어지는 한국사회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들은 자신을 노인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 고령친화음식, 실버푸드라는 단어는 제품의 한계를 스스로 만들었다. 이제 노인식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하나의 카테고리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