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2월11일~2월15일) 정치권 주요 이슈는 자유한국당이 이끌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진행되면서 당 대표 경선 후보 3명이 확정, 선거유세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비방해 물의를 빚고 있는 일부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 처리 여부도 공개됐다.
27일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이 12일 마감됐다. 이날 관건은 전당대회 일정 변경을 요구하며 단체 보이콧을 예고했던 유력 후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출마 여부였다.
앞서 홍 전 대표, 오 전 시장과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한국당 전당대회의 일정이 겹치는 것과 관련해 당 선관위 측에 일정 조정을 요구해왔다. 이들 의원은 단체 보이콧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시장, 김진태 의원 등 3인이 최종 당 대표 후보에 등록했다.
홍 전 대표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는 모든 후보자가 정정당당하게 상호 검증을 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반면 오 전 시장은 “큰 틀에서 당이 우경화되고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현실을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전당대회에 뛰어들기로 다시 결심했다”며 12일 최종 출마키로 입장을 바꿨다.
이와 관련 김대진 조원씨앤아이(여론조사기관) 대표는 “오세훈 후보 이미지의 상징성은 한국당 내 젊은 피라는 것과 한국당이 박근혜 정부의 이미지를 탈피할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당선을 목적으로 출마했다기 보다 이런 이미지를 키워서 차기 대권을 노릴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오 전 시장만의 결정이 아닌 비박계의 공론이었을 것 같다. 후보가 친박계 의원뿐이니 표가 갈리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 전 대표의 불출마에 대해선 김 대표는 “홍 전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확실한 2인자가 됐다면 비박계를 묶을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2등이 될 확률도 확실치 않아 이번에 출마할 이유가 없었다. 대선 전까지는 쉬면서 숨 고르기를 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 평론가는 “홍 전 대표는 워낙 자기세력이 부족하다. 과거 책임론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자유롭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명분 면에서도 부족하고 당선 가능성도 떨어진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합동연설식과 TV토론회를 시작으로 세 후보는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에 돌입하게 됐다. 14일 대전에서 열린 합동연설식에서 황교안 전 총리는 ‘다시 함께 대한민국’, 오세훈 전 시장은 ‘총선승리, 정권 탈환 오세훈만이 할 수 있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행동하는 우파, 의리의 김진태’라는 슬로건을 내 걸었다.
이날 황 전 총리는 “당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대통합 정책 협의체 구성을 약속했다. 또 “자유우파 진영 모두가 자유한국당의 빅텐트 안에서 뭉쳐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하고 있는 청년과 중도층도 크게 품어내야 한다”며 지지층의 결집을 촉구했다.
오 전 시장은 “강성 보수로는 무당층의 마음을 얻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면서 “지방행정가 출신으로서 수도권 중부권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를 보지 말고 미래를 보고 선택해야 한다”며 총선 승리를 공약했다.
김 의원은 “(당이 어려울 때) 지난 2년간 50회 장외투쟁을 했다”며 “세대교체 한번 해보자. 제대로 된 우파정당 건설하겠다. 우리당과 애국세력이 힘을 모아 같이 싸우겠다. 이것이 진정한 보수우파통합”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는 황교안 후보의 완벽한 독주라고 보면 될 것”이라면서 “어쩌면 김진태 후보가 2등에 당선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종훈 평론가도 “개인적으로 1강(황교안) 1중(오세훈) 1약(김진태)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 후반에는 ‘5‧18 망언’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당 의원 3인에 대한 징계가 내려졌다. 한국당은 14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이종명‧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의결했다.
의결 결과 이종명 의원에게는 최고 수준의 징계인 ‘제명’ 처분이, 전당대회 출마 후보자인 김진태‧김순례 의원에게는 ‘징계 유예’ 결론이 내려졌다.
앞서 8일 이종명‧김순례 의원은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 참석했다. 두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폭동’이라고 지칭, 5·18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고 비하해 논란에 휩싸였다. 김진태 의원은 공청회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주최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당내 징계에도 관련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은 국회차원에서 세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찌르는 사안을 두고 자당의 규칙을 내세워 보호막을 씌우는 한국당의 안일한 사태 인식이 놀랍다”며 “망언자들에 대한 징계를 미룬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장 징계결과를 철회하고 망언 3인방을 퇴출하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망언을 쏟아낸 자들에게 당대표와 최고위원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결정은 날강도에게 다시 칼을 쥐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한국당 윤리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2차 가해를 저질렀다”며 세 의원의 제명을 요구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윤리 개념이 없는 한국당의 결정답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책임하고 안일하기 짝이 없다”며 “한국당이 진정 사죄할 의지가 있다면 5·18 모독 3인방의 국회 퇴출에 함께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한국당 윤리위가 무책임한 결정으로 망신살이가 제대로 뻗쳤다”며 “공당이 이리저리 쫓기고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내린 결정이 이 정도냐. 제1야당임이 부끄럽지 않으냐”고 했다.
15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국회의원 143명은 ‘5·18 망언’ 의원을 규탄하는 국회 토론회를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대진 대표는 “제명의 문제보다는 국민감정과 역사왜곡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우선이지 않나”라면서 “공당은 대중에 기반하는 것고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규범이 있는데 극우정당이 아닌 제1야당이라는 큰 틀 안에선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면서 “한국당이 아직 위기의식이 덜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 유예 처분에 관해서는 “실제 김진태‧김순례 의원이 당선된다면 정치적 부담이 더 크게 된다. 당선이 안 된다고 해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정치적 판단을 잘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