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수출부진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금리 인하를 섣불리 고려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기준금리 동결 후 간담회에서 “경기 지표가 일부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경제는 1월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은 흐름을 보일 것이다. 여기에 금융안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서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오전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조절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해결될 기대감이 커지면서 세계경제가 다소 완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경제는 소비가 완만히 증가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과 설비투자도 하반기 회복될 전망이다.
한은은 당분간 완화기조를 유지하되 완화 추가 조정 여부는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을 보고 판단키로 결정했다. 이날 금통위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다음은 문답.
◇경기 정점 이후에나 금리를 올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통화정책은 경기 뿐만 아니라 물가와 금융안정을 종합해서 고려한다. 일부 지표와 그걸 기초로 한 경기국면 정점, 저점만 가지고 당시 통화정책 적절성을 판단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2017년 11월 2018년 11월 기준금리 두 차례 인상했는데 그 결정은 금통위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흐르고 물가목표 수준에 도달하려는 상황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다.
2017년 2분기, 3분기가 정점이었다고 정의하더라도 그 이후 성장 흐름을 보면 성장세는 거의 정점에서 평행하고 수축으로 돌아선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잠재성장률 수준의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졌다. 2018년 금리인상에는 성장세가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올해 성장률이 이전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전히 잠재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보면 가계부채 총량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소득 증가속도는 증가세가 지속됐다.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 등 특정 자산 쏠림현상이 나타난 만큼 대응할 필요성 있었다고 이해해달라. 기준금리 결정은 경기순환 지표 외에도 거시경제와 금융경제 상황을 고려해 어떤 게 금융안정 발전에 부합하는 지 판단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금리를 올려도 시중은행 금리가 오르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지지 않나
지난 11월 금리 인상 이후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부채가 소폭 낮아졌다. 고정금리로 취급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장기시장금리가 하락한데 따른 영향으로 본다.
신규 취급 가계대출 금리 움직임만 보면 효과나 영향을 평가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 신규 취급이 아닌 잔액 기준만 보면 대출금리는 꾸준히 상승했다. 11월 금리인상 이후에도 잔액기준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수신금리 상승으로 예금 유인을 높이고 대출 수요를 낮추는 요인으로 분명히 작용한다. 가계대출 증가 흐름을 보면 지난 두 차례 금리인상은 정부 주택시장 안정 대책과 보완적으로 작용하면서 대출 증가세 둔화에 기여했다고 판단된다.
◇글로벌 스탠스 변화가 통화정책 고려사항인가
미 연준이나 ECB 등 주요국 통화정책은 글로벌 금융시장과 세계경제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이들 정책 결정은 국내 정책 고려 요인은 분명하다.
연준과 ECB가 통화정책 정상화 조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게 사실이다. 주요국 통화정책, 소위 정상화 속도가 늦춰진다면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고 시장 금리 상승도 제한될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 보인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자본유출이나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면서 정책 부담이 다소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로벌 경제에 영향력이 가장 큰 미 연준을 보면 금리 정책 방향이 바뀐 게 아니다.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 그 과정에서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진행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통화정책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점검하고 입수되는 지표를 분석해가면서 통화정책 운용하겠다고 말씀드린다.
◇통화정책에서 물가 우선순위가 낮아졌다고 봐야 하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 중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낮은 물가 흐름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공급책 요인이다.
그러한 요인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는 1%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분명히 해야할 게 현재 채택하는 물가안정목표제는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다. 신축적과 경직적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대부분 국가가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한다.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는 거시 경제와 물가 상황 고려해서 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한다. 물가 목표 달성만을 위해 통화정책을 경직적으로 운용하면 금융경제 전체적으로 부정적 결과 초래될 수 있다. 근본 취지가 이렇다는 점 이해해달라.
◇브렉시트 연장 등 대외불확실성이 완화된다면 통화정책 추가 조정 고려될 수 있나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고 미중 무역 협상 타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협상 전개 방향이 여전히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울정도로 불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미 연준이 유연한 입장 보이지만 그것도 불확실성이 사라진 게 아니다. 브랙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도 정말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대외여건 불확실성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금융안정 측면 보면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되고 있지만 그 총량이 여전히 높은 점. 특정 자산시장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제한될 가능성은 없는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무슨 얘기 나눴나
지난주에 제조업 관계자들과 업종별 현황, 경영 전반, 향후 전망 등을 두고 오랫동안 의견을 나눴다.
업종별로 일일이 설명하는 건 부적절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최근 대내외 환경변화로 국내 주력 산업이 우호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제조업 글로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주력산업 중 일부에서는 중국 기업과 경쟁력 강화가 부담이라는 의견 나왔다.
이 기회를 빌어 말씀드리자면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다. 수출이 어디서 나오냐면 제조업 경쟁력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 운용에 있어서 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절대적인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이 제조업 강국인 독일, 이제는 경쟁상대가 된 중국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는 지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계자들과 만남은 이러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금리인상을 아직 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 유효한가
최근 일부 경기 지표가 다소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성장 전망 후 한 달 여간 지표 움직임 등을 보면 국내 경제는 1월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은 흐름을 보일 것이다. 이같은 전망에 더해서 금융안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서 기준금리 검토해야 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장에서 금리 인하론이 나오는데 한은과 시장과 인식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인 걸로 안다. 그 때 BIS총재 회의 다녀온 직후였다. 그 때와 유사해서 설명한 바 있다. 우리나라 말고도 특히 미국, 많은 나라에서 금융시장이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과하게 가고 있다. 속성상 실물경제 상황 움직임에 대해서 금융시장이 늘 앞서 반응하게 돼있다. 살펴보면 간혹 금융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서울 주택가격 하락폭이 예상범위 내 있나
주택 매매가는 9.13 대책으로 내수 심리가 악화되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지역 주택가격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 주택 가격은 9.13 대책 영향을 크게 받아서 다른 지역 대비 하락폭이 큰 상황이다.
하락폭이 예상한 범위에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 다만 부동산 시장 상황은 금융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당히 밀접해서 중앙은행으로서 시장 상황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
◇전세가격 하락이 물가상승률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겠나
2016년 이후 전세가격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분간은 전세가격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물가 전망도 이러한 전세가격 하락 흐름을 반영해서 물가 전망을 내놨다고 말씀드린다.
◇주요 제조업 생산성 어떻게 판단하나
생산성을 세부 업종별로 보면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요즘 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고 글로벌 제조업 경쟁환경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그야말로 생산성 향상인데 어떻게 할 것이냐. 원론적인 답을 해야겠다.
제조업 생산성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비책이 있겠나. 생산성은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구조개혁 등을 바탕으로 노동과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하는 게 생산성 향상 지름길이고 유일한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를 위해 경제를 저해하거나 신성장 산업 출현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자본이 생산성 높은 곳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제조업은 꾸준하게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서비스업 생산성도 부진하다
서비스업은 고용 창출률도 크고 추가 잠재성장률 높이는 데도 기인해서 중요하다. 서비스업 생산성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서비스업 생산성 제고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국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서비스 또한 규제완화 등으로 지식기반서비스업 육성해야 한다. 모두 아는 내용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심리지표 개선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소비자심리지수와 제조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가 올랐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글로벌 무역 분쟁이 타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또한 한반도 지정학적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최근 높아지면서 심리지수 개선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
◇개선된 심리지표가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은
각 경제주체들에게 소비나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분명히 플러스(+)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통화정책 무게중심이 금융불균형에서 성장과 물가로 옮겨간 건 아닌지
국내 경제가 1월 전망한 경로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는데 가계부채 누증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는 임계점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만일 임계점에 도달했다면 금융불균형이 더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앞서 말씀드렸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