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20대 국회에 회부된 의원 징계안 18건을 일괄 상정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징계 대상인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순례 한국당 최고위원의 제명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의원의 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징계 처리절차가 엉성하고 의원 제명 선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당 내 제명 처분과 국회의원 제명=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처분은 안건 심사 주체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징계 대상 의원의 소속 정당 윤리위원회가 내리는 당 차원의 징계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의결한 징계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는 국회 차원의 징계다.
한국당의 경우 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 종류를 ▲경고 ▲당원권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네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당 윤리위가 징계 권고안을 결정하면 당 최고위원회(비대위)가 회의를 열고 의결한다. 가장 높은 수위인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민주당의 징계 종류는 ▲경고 ▲당원자격정지 ▲당직자격정지 ▲제명 등 네 가지로 분류되며 제명의 경우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 의결이 있어야 한다.
당 차원의 제명을 당해도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5년 간 재입당은 제한되지만 최고위원회 승인을 얻으면 기간이 지나지 않아도 복당이 가능하다.
반면 국회 차원에서 제명 처분을 받을 경우에는 의원직이 상실된다.
국회 차원 징계의 경우 의원 20인 이상이 참여한 징계대상자 심사요구서가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되면 윤리특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 이후 해당 안건을 윤리자문위원회에 보내 징계 종류를 결정한다. 징계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의원 표결을 거쳐 징계가 확정된다.
한국당 윤리위에 회부된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징계안은 ‘후보자는 후보등록이 끝난 때부터 윤리위원회 회부 및 징계 유예를 받는다’는 당규에 따라 징계 연기 처분이 내려진 상태다.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된 이들 의원의 징계안은 다음달 7일 열리는 윤리특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징계 여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동료의원 봐주기·자진사퇴…제명 선례 거의 없어=하지만 일각에서는 당 내 제명은 차치하더라도 국회 차원의 제명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의원들의 ‘동료의원 봐주기’ 관행과 자진 사퇴 등 빠져나갈 구멍이 많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징계 대상에 오른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징계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재적의원 259명 중 찬성 111표, 반대 134표, 기권 6표, 무효 8표로 부결됐다. 이후 재추진 된 징계안으로 강 전 의원에게는 한 단계 낮은 수위인 30일간 국회 출석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19대 국회에서 심학봉 전 새누리당 의원은 성폭행 혐의로 제명안이 본회의에 올려지자 표결직전 의원직을 사퇴해 실제 징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사실상 의원 징계가 이루어진 사례는 국회가 윤리특위를 설치(1991년)하기 전인 1979년 당시 민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제명이 유일하다. 김 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독재정권 종식과 민주화를 위해 미국은 한국 원조와 박정희 정권 지지를 끊어야 한다’고 했고 이에 민주공화당과 유신정우회는 김 전 대통령을 제명했다.
◇ 엉성한 징계처리 절차…처리시한 없고 징계 종류는 네 가지뿐=이와 관련해 국회 윤리자문위원을 맡은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징계처리 절차의 엉성함을 문제 삼았다. 자문위원회가 60일 내로 의견을 제시해도 이후 처리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국회 회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는 것.
이에 대해 박명재 윤리특위 위원장은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는 등 법적 쟁점이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선 징계 기한을 정할 수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홍 교수는 윤리심사위는 법적 유무죄와 상관없이 의원으로서 가져야 할 품위·도덕성·윤리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형 사항이 적고 처벌 강도가 약하다는 것도 지적할 만한 사항이다.
국회법이 규정한 국회의원의 징계 종류는 ▲공개회의(본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의회 출석정지 30일 ▲제명이다. 다만 제명은 재적의원의 3분의 2(199명 이상)가 찬성해야만 내려지며 이외 징계는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홍 교수는 “경고, 사과, 출석정지 30일 정도 약한 수준의 징계를 내리다가 바로 최고 수준 징계인 제명”이라면서 “범죄만 해도 다양한 범죄가 있는데 양형 사항이 네 가지인 것은 형식적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