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 주가 희비...실적 보다 외부변수 영향 커

건설주 주가 희비...실적 보다 외부변수 영향 커

기사승인 2019-03-01 03:00:00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및 ‘북미회담 모멘텀’ 등의 이슈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종의 주가는 종목에 따라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주가가 반등한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기업의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대우건설의 대주주 산업은행은 향후 매각을 위해서 주가 부양이 필수적이겠지만, 계열사 간 M&A(인수합병) 가능성 여부가 있는 업체인 현대건설은 주가 상승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은 상황이다. 

◇ 대형건설사 주가 ‘희비’, 현대 상승세…삼성·대우·현산 ‘주춤’

국내 대형사들의 주가는 실적과 별개로 업체마다 주가 등락에 희비가 갈렸다. 영업이익 등 실적이 크게 늘어난 건설사도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상황을 보여서다. 최근 SOC(사회간접자본) 예비타당성 면제와 같은 호재가 있었음에도 대형건설사들의 주가는 큰 반등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국내 10대 건설사 가운데 주가가 가장 반등한 곳은 현대건설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건설의 주가(올해 2월 28일 종가기준)는 5만7200원으로 1년 전 주가(3만8500원) 대비 약 48.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GS건설(+46.57%), 대림산업(+26.14%) 등이 주가가 크게 올랐다.  

현대건설의 주가 반등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대북경협주’라는 이슈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슈가 터지면서 주가가 급등한 적이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30일에는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26.19% 오른 바 있다. 당일 주식시장에서 이 기업의 기관과 외국인들의 거래대금은 약 776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말에는 주가가 7만91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GS건설도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주가 상승세를 탔다. 특히 매출은 13조1416억원으로 현대건설(16조7309억원)에 비해 낮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반해 삼성물산,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지지부진하거나 하향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17년 말 지주사로 전환한 HDC의 자회사 현대산업개발은 1년 전 대비 주가가 약 36.30% 떨어졌다. 이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자회사 영향력 약화 및 규제 방안  ▲회계기준 변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1조1039억원)을 넘기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냈으나 주가는 오히려 1년 전 대비 10.11% 하락했다. 삼성물산의 주가 하락은 지난 4분기 추정치 대비 실적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외부적 충격이 영향을 줬다. 

특히 삼성물산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자 모기업인 삼성물산의 주가도 함께 하락했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동반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22일 삼성물산의 주가는 5% 이상 하락한 적이 있다. 이는 전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 “삼성물산 감리 여부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증선위가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SOC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라는 정부에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 흐름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대우건설의 경우 국토부가 관련 정책 방안을 발표했던 시점(1월 29일)과 비교하면 오히려 10.14% 하락했다. 이어 GS건설(-6.95%), 현대건설(-4.34%), 삼성물산(-3.34%)도 주가가 반등은커녕 하락했다.

◇ 주가 상승이 기업에 호재?…“현대차그룹 자회사 현대건설은 달리봐야”

주가 상승은 일반적으로 주주의 입장에서는 호재다. 또한 기업도 주가 상승에 따라 자금조달도 원활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주주와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는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3년 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할 당시 건설 수주액이 확 줄면서 삼성물산의 주가도 떨어졌다. 당시 총수 일가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수주를 줄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 비율은 1대 0.35다. 합병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자산, 매출, 영업이익에서 약 3~4배 이상 차이나는 기업이었다. 당시 엘리엣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비율이 불공정하다며 이의제기를 한 바 있다. 합병으로 인한 ‘나비효과’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전망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체제 공고화를 위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혹은 현대건설과 합병 이후 우회상장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다만 문제는 현대건설의 주가가 현대엔지니어링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을 경우 합병 비율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딜레마에 있다. IB(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과 비교해 본다면 현대건설가 구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이 제일모직과 유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남북 경협 문제가 이슈가 있을 때도 현대건설의 타 대형건설사와 달리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하지 않아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측은 “현재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현대오토에버 상장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대건설 합병,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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