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엔터업종 계열사인 CJ ENM과 CJ CGV가 실적과 주가에서 뚜렷한 희비가 갈렸다. CJ ENM은 CJ오쇼핑과 합병 이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고,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반해 CJ CGV는 주가와 실적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향후 목표주가도 엇갈린 양상을 보이고 있어 두 회사의 기업가치, 사업 내용 등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지난해 M&A(인수합병) 이슈로 자본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CJ ENM이 성공적인 기업 개편을 통해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 예정된 CJ헬로 매각은 콘텐츠 분야에서 다각적인 딜을 추진할 ‘총알’을 마련했다. 게다가 그동안 비중이 적었던 엔터테인먼트 부문도 확장시켜가고 있는 추세다.
◇ 도약하는 CJ ENM, 견조한 실적에 엔터 날개 단다 [CJ그룹주 희비①]
CJ그룹의 미디어·엔터 계열사인 CJ ENM이 지난해 7월 CJ오쇼핑과 합병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 ENM의 주가(3월 5일 종가기준)는 23만원으로 1년 전 주가(21만800원) 대비 9.10% 상승했다. 특히 최근 이 기업은 최근 1개월 동안 뚜렷한 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첫 개장 당일 주가는 19만6500원이었으나 2개월 만에 23만원대로 약 17% 이상 오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합병 후 안정적인 실적과 최근 영화 ‘극한직업’ 흥행과 같은 호재가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CJ 오쇼핑 합병을 통해 자기자본 및 현금창출력을 확보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평가받는다.
한국기업평가 송수범 연구원은 “합병법인은 홈쇼핑사업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 지속적인 투자부담이 상존하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사업의 부족자금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합병 이후에는 신규사업 및 글로벌 확장투자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3분기 기준 CJ ENM의 자기자본(자본총계)는 약 3조4130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조4375억원) 대비 약 137.42% 증가했다.
또한 자회사 CJ헬로 지분 일부 매각도 자본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평가한다. 앞서 CJ ENM은 지난달 14일 금감원 공시를 통해 보유중인 CJ헬로 주식 53.92%중 50% +1주에 해당하는 3872만주를 8,000억원(주당 2만659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김현용 연구원은 “사양산업화된 케이블 플랫폼 사업을 현금화함으로써 동사 성장동력인 콘텐츠 분야에서 빅딜을 추진할 재원을 마련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CJ ENM은 합병 이후 미디어와 커머스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북유럽 최대 방송 배급사 에코라이츠 인수, 제작·엔터테인먼트사와의 제휴 및 인수 추진 등 밸류체인 확장을 통한 국내외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제시한 CJ ENM에 대한 목표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4일 기준 CJ ENM의 평균 목표주가는 29만4417원으로 1년 전 목표가(26만9500원) 대비 9.24% 올랐다.
케이블 방송에 의존하던 사업 영역에서 엔터 사업까지 확장하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신성장동력인 식품·바이오·물류·엔터 중심으로 월드베스트 CJ를 내세웠다. 엔터사업도 이제 단순 문화 영역을 넘어 하나의 수익모델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음악사업도 넓히고 있다. 아직 음악 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1%(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넷이라는 케이블 방송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CJ ENM은 그동안 ‘프로듀스 101’ 제작과 이후 파생된 아이돌 ‘워너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 바 있다. 워너원은 데뷔 후 완료까지 약 440억원(추정치)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고, 이 가운데 25%를 CJ ENM이 가져갔다.
특히 올해 방영되는 ‘프로듀스 101 X’의 경우 계약 기간만 5년이다. 시즌1에서 1년 단발성 프로젝트였던 ‘아이오아이’, 1년 6개월의 시한부그룹 ‘워너원’, 2년 6개월의 아이즈원과 비교해도 계약 기간이 긴 편이다. DB금융투자 신은정 연구원은 “올해는 디지털 광고 중심의 미디어 성장과 안정적인 커머스 수익 창출, 아이즈원과 더불어 프로듀스101 시즌4로 탄생할 보이그룹 활동으로 증대될 음원 매출이 기대된다”고 했다.
다만 엔터업계에서는 대기업인 CJ ENM의 움직임이 엔터업계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아직 자체적인 아이돌을 육성하지 못하는 점에서 타 중소소속사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도 한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음악제작사연합도 지난해 성명을 통해 지적했듯이 엔터테인먼트 전체의 수직계열화를 가져와 중소 기획사들은 단순 에이전시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사업 부문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도 현재 수십억 손실을 내고 있고, 같은 계열사 CJ CGV와 함께 지분 투자한 터키 영화 사업도 손실이 커져가고 있다.
CJ오쇼핑은 중남미 시장 진출 교두부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5년 6월 멕시코 텔레비사(televisa)와 합자법인 ‘CJ그랜드’을 설립했다. 지분율은 50대 50이다. CJ오쇼핑은 홈쇼핑 방송을, 텔레비사는 현지 마케팅과 홍보 등을 맡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업은 여전히 적자 폭이 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74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게다가 지난 2016년 지분 투자한 터키법인 ‘마르스 엔터테인먼트 그룹’도 지난해 3분기 기준 143억원의 지분법 손실을 기록했다. 터키법인은 CJ CGV가 3019억원에 인수하고 계열사 CJ ENM 일부 지분에 대해 투자했다. 현재 CJ ENM의 터키법인 장부가액은 448억원으로 취득가(999억)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