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면 보건복지 정책도 좌초? 새 정부서 연속성 보장해야 [취재진담]

정권 바뀌면 보건복지 정책도 좌초? 새 정부서 연속성 보장해야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5-14 10:36:32 업데이트 2025-05-14 19:03:13

“정권 바뀌면 백지화되겠죠?” 대통령 직속 기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언한 대로 ‘인구 국가 비상사태’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 정책 추진을 위해 머리를 싸맸던 실무자들은 허탈한 분위기다. 

한국은 대통령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체제라, 좋은 정책이 마련되더라도 다음 정부로 이어지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선언했던 ‘치매 국가책임제’가 대표적이다. 

문 정부는 지난 2017년 중증 치매 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10% 수준으로 낮추고, 치매 조기 검진과 돌봄 서비스 연계 기능을 수행하는 치매 안심센터를 전국에 설치하는 등 국가 책임을 확대했다. 하지만 긴축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동이 걸렸다. 치매안심센터 운영비가 삭감되고, 치매 진단기술 연구 예산도 깎이며 정책 추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정권이 교체되면 어김없이 반복됐다. 새 정부도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인구문제 대응에 있어 중요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은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반면 이들을 부양할 생산인구는 저출산 현상으로 급감하고 있다.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현재 청년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인데, 2030년이 되면 청년 1명이 일해서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 윤 정부는 여러 대통령 직속 기구를 꾸렸다. 국민통합위원회는 노인연령 상향 논의를 이끌며 노인 돌봄에 대한 다양한 정책 제안을 내놨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해 재가 의료·요양·돌봄 서비스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출산율 반등을 위해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이용률 제고 방안 마련,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 정책 개선안을 펼쳤다. 이같은 정책 지원이 빛을 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깜짝 반등했다. 코로나19 기저 효과에 따른 일시적 회복세라는 해석도 있지만, 이 기조를 이어가려면 지속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 연속성이 확보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높다. 윤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응 정책들은 이미 추진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저고위는 지난해 104억원으로 배정된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올해 주요 사업이 중단됐다고 최근 국회에 보고했다. 당초 저고위 폐지 후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가 설립될 계획이었지만, 탄핵 정국 등으로 틀어지면서 올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4일 겨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49억원가량을 편성 받으며 한숨을 돌렸다. 

인구 문제는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저출산·고령화 현상 심화 등으로 인해 204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뒷걸음질 치는 ‘역성장’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놨다. 위기 상황에서 정쟁에 매몰돼 전임 정부의 정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뒤집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합리적 이유로 마련된 정책들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새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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